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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광고’ 유튜버만 잘못? 미국, 플랫폼도 처벌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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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튜버 뒷광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① 한혜연 ② 도로시 ③ 문복희 ④ 갤럭시노트20 리뷰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한 테크 유튜버.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버 뒷광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① 한혜연 ② 도로시 ③ 문복희 ④ 갤럭시노트20 리뷰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한 테크 유튜버. [사진 유튜브 캡처]

최근 유명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가 이른바 ‘뒷광고’(금전적 협찬을 받은 사실을 숨기고 콘텐트를 제작하는 행위)로 소비자를 속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을 전문으로 리뷰하는 이른바 ‘테크 유튜버’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뒷광고, 커지는 플랫폼 책임론 #유튜브·인스타·블로그 활개쳐도 #“단속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관 #공정위 내달부터 뒷광고 엄격금지 #광고주엔 과징금, 플랫폼은 빠져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들 유튜버는 제품을 대여받거나 광고료를 받으면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 스마트폰·가전 업체가 협찬이나 광고를 하는 방식은 유튜버의 ‘급’에 따라 달라진다.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유튜버라면 제품 무상제공이나 광고비를 건네는 식으로 이뤄진다. 중소 유튜버들에게는 제품 출시 직전에 기기를 일정 기간 체험할 수 있는 특별기회를 제공한다.

대신 업체들은 대부분 ‘어떤 장점에 포커스를 맞춰서 부각해달라’는 내용과 ‘어떤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요구한다. 리뷰 영상을 업로드하는 시점도 정해준다. 비슷한 시간에 업체 구미에 맞는 붕어빵 리뷰가 쏟아내는 이유다. 지난 3일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테크 유튜버 ‘테크몽’은 업로드한 영상을 통해 “안 좋은 제품을 포장하는 협찬리뷰를 보고 제품을 샀다가 실망한 구매자는 유튜브에서 ‘협찬’ 두 글자만 보면 기겁을 하고 꺼버릴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업계 전반에 만연한 ‘뒷광고’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선 콘텐트를 만든 인플루언서 뿐만 아니라 콘텐트를 단속해야 할 플랫폼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기업은 “플랫폼 차원에서 ‘뒷광고’ 콘텐트를 찾아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한다. 국내 유튜브 서비스를 담당하는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인플루언서가 영상을 올릴 때 광고비를 받은 경우 ‘동영상에 유료 프로모션 포함’ 체크박스를 선택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여기에 응답하지 않은 인플루언서가 실제 협찬을 받았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유튜브는 ‘유료 PPL 및 보증 광고’ 가이드라인에서 이 같은 광고 정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이 강제성이 없는 데다 인플루언서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이용 정지와 같은 불이익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다.

뒷광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와 해명을 담은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 보겸. [사진 유튜브 캡처]

뒷광고 논란과 관련해 사과와 해명을 담은 영상을 게재한 유튜버 보겸. [사진 유튜브 캡처]

협찬·광고 콘텐트가 많은 인스타그램에도 콘텐트를 만들 때 협찬 여부를 표기할 수 있는 메뉴가 따로 있다. 하지만 이를 실제 준수하는 인플루언서는 적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일관된 지적이다. 인플루언서들은 해시태그를 통해 협찬 여부를 밝히기도 하지만 표기방식이 제멋대로라 이용자가 협찬 여부를 제대로 인지하기 쉽지 않다. 협찬 포스팅이 많은 네이버 블로그에도 ‘뒷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누군가 불법 콘텐트를 신고하면, 문제가 있는 경우 소명을 받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플루언서가 ‘협찬을 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면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뒷광고’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영상에는 5분마다 ‘유료 광고’ 자막을 반복적으로 띄우고 ▶게시물 제목에도 ‘광고’ 표시를 달아야 하고 ▶‘체험단’과 같은 애매한 표현은 쓰지 말 것 등이 대표적이다. 인플루언서 개인이 준수해야 할내용으로채워져 있다. 부당광고를 시행한 광고주들은 수입액의 2% 이하 또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는 조항도 생겼다. 플랫폼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예전에는 블로그에서 종종 보던 ‘맛집 후기’ 같은 ‘뒷광고’들이 이제는 영향력이 훨씬 더 커진 유튜브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플랫폼에서 광고주와 인플루언서가 건전하게 거래할 수 있게 이들 모두에게 책임을 묻는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루언서 ‘뒷광고’ 논란이 계속되자, 광고주는 물론 플랫폼도 처벌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 FTC(연방거래위원회)의 로히트초프라 상임위원은 지난 2월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광고주에게도 책임을 지게 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선영·장주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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