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리 30% "私債 같은 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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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로 현금 서비스를 받을 때 부담하는 실제 금리가 연 30%를 넘어섰다. 신용카드사들이 영업실적이 나빠지자 올 들어 현금 서비스 이자율을 크게 올린 데다 취급 수수료(이용액의 0.3~0.6%)까지 잇따라 신설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소액 신용대출 이자율이 연 7~8%인 것을 감안하면 카드 현금 서비스 이자율은 네배 가량 높은 셈이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외환카드는 지난 6일 기준등급 회원에 대한 현금 서비스 금리를 연 26.9%로 종전(23.5%)보다 3.4%포인트 올렸다.

여기에 지난 5월 신설된 취급 수수료(이용액의 0.5%)까지 포함하면 고객이 한달간 현금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리는 연 32.9%에 달한다. 취급 수수료를 이자율로 바꿔 계산하면 연 6%가 되기 때문이다. 1백만원을 한달간 현금 서비스 받으면 이자로 2만7천4백10원을 내야 한다.

이에 앞서 삼성.신한카드는 지난달 중순, 롯데카드는 지난 1일 현금 서비스 실제 금리를 연 30%대로 올렸으며, 우리카드는 오는 13일 취급 수수료(0.4%)를 신설하는 방법으로 실제 최고 금리를 연 32.2%로 올릴 예정이다. LG.국민.현대카드 등은 이미 연 30%대의 금리를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의 등급을 나눠 실적과 신용이 우수한 회원에게는 현금 서비스 이자율을 연 30% 미만으로 깎아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량 회원들은 전체의 30% 정도에 불과하고 70% 정도의 일반 회원들은 연 30%대의 금리를 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단체들은 카드사의 현금 서비스 이자율이 지나치게 비싸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연 6~7%에 돈을 빌려와 30%대에 빌려주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YMCA 서영경 팀장은 "현금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서민층을 상대로 카드사들이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특히 취급 수수료는 원가에 비해 턱없이 비싸고 만기 전에 돈을 갚아도 환불이 안돼 소비자들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의 한 임원은 "현금 서비스를 해줬다가 제대로 받지 못하고 떼이는 돈이 많아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돈을 떼일 위험이 클수록 높은 금리를 받는 것은 금융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카드사들의 현금 대출 연체율은 11%, 연체 금액은 8조6천억원에 달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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