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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이동재 공범에 한동훈 빼고 갑자기 2년차 후배기자 넣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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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연합뉴스]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연합뉴스]

강요미수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5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기자와 범행을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은 이번 공소장에선 공모를 포함 어떤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한 검사장의 ‘비협조’를 이유로 들었다.

檢, 후배 기자 공모 추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5일 이 전 기자를 형법상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동료인 백모(30)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는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올해 2~3월 ‘검찰이 앞으로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해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란 취지의 편지를 수차례 보내는 등의 방식으로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리에 대한 진술을 강요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채널A 본사[뉴시스]

채널A 본사[뉴시스]

검찰은 사안의 시작부터 끝까지 두 기자의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백 기자는 이제까지 3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사의 시발점이 된 지난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고발장에는 이 전 기자와 ‘성명불상 검사장’만 적혀있었지만, 수사 중에 백 기자와의 공모를 추가로 인지한 것이다.

채널A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 기자는 지난 3월 백 기자와 통화하며 한 검사장이 자신에게 ‘내가 수사팀에 얘기해줄 수도 있다’ ‘나를 팔아’라고 말했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이 전 기자는 “어떤 검사도 ‘나를 팔아’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후배의 취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말을 부풀린 것”이라는 취지로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이날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는 없는 사안”이라며 “향후 검찰의 소환 조사나 추가 증거 수집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2년차 기자까지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증거와 맞지 않으며 공소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공모는 빠졌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이 전 기자와 함께 강요미수 혐의를 구성하는 핵심 당사자로 지목받았던 한 검사장은 이날 기소 대상에서 빠졌고, 이 기자의 공소장에도 '공범'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검찰은 ‘비협조’를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지난 6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21일 첫 소환조사 역시 조서열람이 진행되지 않아 미완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가 연루된 ‘검사 육탄전’ 논란까지 빚어졌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본인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면서 사실상 ‘총책임자’가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한 검사장을 기소 대상에서 빼는 수사팀의 결론에는 일찌감치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중앙지검의 결정 이후  “애초 공모 사실 자체가 없어 공모라고 적시 못 한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의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검언유착’ 넘은 ‘권언유착’수사는?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회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정언유착 사건 제보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회원들이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정언유착 사건 제보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따라 한 검사장을 비롯해 해당 의혹을 MBC에 제보한 ‘제보자X’ 지모(55)씨 등에 대한 수사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씨는 지난 3일 검찰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조사를 받았다.

지씨는 MBC에 협박성 취재 의혹을 알린 제보자이지만 동시에 ‘권언유착’ 의혹의 피의자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은 지씨가 친정부 인사들과 함께 이 전 기자를 상대로 함정을 파고 ‘검언유착’ 프레임을 만들었다는 소위 ‘권언유착 의혹’으로 그를 고발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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