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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심각 인도 ‘청신호’···뭄바이 신호등에 ‘여성’ 들어갔다

중앙일보

입력

인도 뭄바이에 여성의 이미지가 들어간 보행 신호등이 등장했다. ‘신호등=남성 이미지’란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것이다. 여성 차별이 심각한 인도에 양성평등 인식을 심어준다는 취지다.

성차별 심각한 인도, 100여개 설치 #"양성 평등과 여권 신장 위한 시도" #"꼭 치마 입어야 여자냐" 비판도

인도 뭄바이에 설치된 여성이 주인공인 보행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 [트위터 캡처]

인도 뭄바이에 설치된 여성이 주인공인 보행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 [트위터 캡처]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디아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뭄바이 당국은 100개가 넘는 횡단보도에 있는 녹색과 빨간색 신호등 속 이미지를 남성에서 치마를 입은 여성으로 교체하고 있다.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교통 표지판도 설치했다. 인도에서 여성의 모습이 들어간 신호등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뭄바이의 한 공무원은 “신호등처럼 대중을 위한 신호들은 도시의 특징을 반영한다”면서 “성 평등과 여권 신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성평등 운동가들은 이런 작은 시도가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했다. 사회과학자 실파 파드케는 “한 세대의 어린 소녀들이 교통신호에서 여성의 모습을 보고 자란다면, 여성도 당당한 사회 일원이란 작지만 강력한 신호를 받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인도의 거리를 다니는 여성의 수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외신은 전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이같은 교통신호('여성 신호등')는 거리를 다니는 사람은 남성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가 이처럼 파격적인 '여성 신호등'을 도입한 건 인도에선 여성 차별이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포함한 여성 대상 범죄도 빈번하다. 매시간 인도 전역에서 평균 37건의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2018년 톰슨 로이터재단은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를 근거로 인도를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았다. 그런데도 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인도에서 강간 신고 건수는 3만4000건에 달했지만 이 중 85%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7년 호주에 등장한 여성 이미지가 그려진 보행 신호등. [트위터 캡처]

2017년 호주에 등장한 여성 이미지가 그려진 보행 신호등. [트위터 캡처]

하지만 '여성 신호등'에 오히려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이라고 해서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호주의 한 시민단체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멜버른 횡단보도에 여성의 모습이 그려진 신호등 10개를 시범 설치한 바 있다. 호평을 예상했으나 시민들로부터 “기존 신호등 속 사람이 바지를 입은 여성일 수도 있지 않으냐”, “치마를 입지 않았다고 왜 남자일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등의 비판도 나왔다. 또 일각에선 신호등에 여성을 특정해 이미지를 넣는 건 역차별적인 발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때문에 양성평등 실현과 여권 신장을 위해선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 변화와 같은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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