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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맞냐"에 답 회피한 여가부 장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이 잇따라 성추문에 휩싸인 것과 관련,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국회에 출석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끝내 답하지 않았다.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죄명을 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박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관련 여가부의 늑장 대처를 두고 이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죄명 규명 적절치 않아"

김미애 미래통합당 의원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비위 사건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고 질의하자 이 장관은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피해자 관점에서 근무 가능한 여건 조성에 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이 “권력형 성범죄가 맞느냐. 견해가 없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고만 짧게 답했다.

김 의원은 “오거돈 시장 본인이 (성추행 사실을) 밝혔는데도 권력형 성범죄가 아니라고 보느냐”고 끈질기게 질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장관은 “수사 중인 사건에 죄명을 규정하는 건 저의 위치상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오 시장이 (범행을) 인정했는데 확정판결이 나야하느냐”며 “장관님 태도가 이렇기 때문에 여가부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미애 의원이 지난달 15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은 “피해자 관점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그런 근무여건을 조성하는 게 (여가부의) 1차적 임무라 생각한다”며 “조사권과 수사권이 있는 해당 부처가 (수사 등을) 담당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 전 시장 사건 관련 여가부가 지난달 14일 첫 입장문을 내놓고, 피해자를 고소인이라 칭한 것을 두고도 질타가 이어졌다.

전주혜 미래통합당 의원은 “성폭력 피해자 보호가 중요한 업무인데도 지난달 14일에서야 여가부가 목소리를 냈다”며 “(박 전 시장이) 여권의 유력인사였기 때문에 정권 눈치보기란 비판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은 “피해자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입장문 발표 시점을 선택했다”며 해명했다. 다만 고소인 표현 관련해선 “피해자와 고소인이라는 중립적 표현을 같이 썼다”며 “피해자란 표현을 더 적극적으로 썼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은 “여가부가 폐지 논란의 빌미를 줬다고 생각한다”며 “정권 눈치보기에 오죽하면 ‘여당가족부’란 말이 나왔겠나”고 꼬집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박 전 시장 사태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없는 것을 두고는 여야 간에 고성이 오갔다. 여가위 미통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에서 “그나마 정부·여당은 형식적으로라도 사과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묵묵부답,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비판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항의했다.

고성이 이어지자 민주당 소속인 정춘숙 여가위원장이 "축약해서 말해달라"고 제지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말하는 중에 끼어들지 말라”며 “청와대와 경찰 중 피의사실 유출 진원지가 어딘지 밝혀야 한다”고 맞받았다.

최근 한국 외교관의 뉴질랜드 부임시절 성추행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격을 걱정할 정도로 문제 제기가 나온다”며 “외교관에 대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게 하지만 교육시간을 획득하는 것에 지나지 않게 형식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재외공관의 경우 지리적 거리 때문에 예방 교육을 서면으로 하고 있는데 보완할 방법을 외교부와 협력해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또 정의기억연대 논란 관련해선 “보조금에 대해 엄격하게 집행했고, 피해 할머니에게 구체적인 서비스가 가는지도 확인했다”며 “저희가 점검한 한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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