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목사도 근로자? '교회 노조' 추진위, 8월 설립 목표로 민주노총과 협의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교회 사역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문화 탓에 노동조합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개신교계에서도 노조 설립 움직임이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31일 개신교계에 따르면 최근 교계에서는 해고를 당한 부목사와 법률가, 노동운동가, 신학생 등 10여 명을 중심으로 ‘전국민주기독노동조합 추진위원회(가칭ㆍ이하 추진위)’라는 단체가 꾸려졌다. 추진위원장은 엄태근(43) 목사다.

교계에는 보통 1년씩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부목사를 비롯해 전임ㆍ교육전도사, 사무장, 찬양대 지휘자와 반주자 등 교회와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일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적으로 약 30만∼40만명이 될 것으로 추진위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엄 목사 또한 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다 잘린 후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국내 양대 개신교단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의 경우 교단 헌법 시행 규정을 통해 교회 직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은 물론 직원이 노조를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원천 차단했다.

추진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교계 내 노동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개별 교회나 교단 구분 없이 교계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입 대상이 될 수 있다.

추진위는 현재 민주노총 측과 노조 설립, 가입 문제 등을 놓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8월 말께 노조를 세울 수 있을 것으로 추진위는 예상했다.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달 17일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교회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수원 영광제일교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해 8월 31일 인천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에게 축복하고 있다. 이 목사는 지난달 17일 '동성애 옹호'를 이유로 교회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

이 단체는 노조 설립 외에도 교계 내에서 부조리하다고 판단되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 하고 있다. 추진위는 이날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교단의 동성애 대책위원회가 지난해 인천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축복을 한 이동환 목사에 대해 "반기독교적 행태"라며 비난한 것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 목사는 성 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현재 교회 재판에 회부된 상태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