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봄 소풍, 이렇게 준비하자!

중앙일보

입력

도시락을 싸들고 소풍을 떠나는 봄나들이 시즌이 왔다.

파릇파릇 돋아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꽃 그늘에서 오순도순 나눠먹는 도시락. 김밥 하나, 밥 한 술 입에 넣고 이러 저리 뛰노는 아이들을 보는 부모의 모습은 흐뭇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작 나들이를 준비하는 주부들은 이른 아침부터 너무 분주하다.

아침밥 먹고 설거지하랴, 남편과 아이들 외출복 챙기랴, 오랜만의 외출이니 자신도 예쁘게 가꾸랴….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시락 싸는 일이 만만치 않다.

밥통의 밥과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적당히 담아 가자고 남편이 아량(?)을 베풀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

김밥이라도 몇 줄 말아 간신히 출발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집 밖을 나서면 맥이 쭉 풀린다는 게 주부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 아내 : 무얼 싸갈지 고민이네요
남편: 걱정 마, 내가 '삼색 말이' 해볼게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사는 이강복(34)씨는 이런 아내의 고충을 배려해 나들이 도시락은 자신이 준비한다.

"별나게 잘 싸는 메뉴는 없지만 도시락 싸는 일이라도 덜어주면 아내가 하루종일 함께 나들이 기분을 만끽하며 보낼 수 있어 시작한 일입니다. "

이씨의 말대로 이씨가 요리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학시절 자취생활을 해 음식 만드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게 고작이다.

거기에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가끔 자식들과 부인을 위해 앞치마를 두른 모습을 보고 자라 부엌 일하는 것이 남들보다 자연스럽다.

"결혼 초에도 주말이면 종종 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 줬어요. 비록 떡볶이.김밥.김치볶음밥 정도지만 사랑과 정성이 담겨서 그런지 무척 맛있었어요. " 아내 동성혜(30)씨의 말이다.

이씨가 준비하는 도시락은 크게 세 종류. 나들이 동행자에 따라 달라지는데 두 돌이 갓 지난 상원이랑 셋만 움직일 때는 미니김밥을 싼다.

단무지.김밥햄.계란지단.오이 절인 것 등 만을 준비해 김밥을 만다. 단지 상원이가 좋아하도록 동그라미 모양만 만들지 않고 네모.세모난 모양을 내준다.

시간이 넉넉하면 참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김밥을 살짝 굴려주면 김의 빛깔이 선명하고 맛도 고소하단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를 데리고 가거나 친구네랑 두 가족이 움직일 때는 삼색도시락 <만드는 법 참조> 을 만든다.

슬라이스 햄.치즈 등 가공식품과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므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 또 세 가지가 각기 다른 색에 고깔모양이어서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밀리는 차 안에서 간편하게 꺼내 먹을 수도 있다.

● "살림에 지친 아내위해 가끔 남편이 도시락 준비를"
김·햄·치즈로 고깔 모양 말이, 만들기 쉽고 먹기도 편해

본가.처가의 부모님을 모실 때는 맨밥과 나물반찬, 더운 국물을 함께 마련해 원하는 것을 드시도록 한다.

나물은 참나물.두릅.냉이.취나물 등으로 무친다. 나물반찬은 차가운 느낌이 없어 고기보다 소화가 잘 돼 노인용 도시락 반찬으로 제격이라고 한다.

이씨는 도시락을 챙길 때 냉장고 안에 있는 과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야외에서는 쉽게 목이 마르고 먼지로 입안이 텁텁한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신선한 과일 한 조각이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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