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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직고용 비용, 공항이용료 올려 때우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2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한산하다. [뉴스1]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28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한산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7년 만에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항세’로 불리는 국제선 공항이용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29일 “코로나19 사태와 항공수요 급감으로 임대수입이 대폭 감소했다”며 “방역 등 비용 증가로 실무 차원에서 공항이용료 인상 등 재원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사, 코로나 방역비 증가 내세워 #출국자에 3000원 추가 부담 검토 #노조는 “졸속 정규직화” 촛불집회

현재 인천공항 이용료는 1만7000원을 받고 있다.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는 여행객은 공항 이용료에 출국납부금(1만원)과 국제 질병퇴치기금(1000원)을 합쳐 2만8000원을 내야 한다. 유경준 의원(미래통합당)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일 비상경영 대책회의를 열고 공항 이용료를 3000원(18%)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경우 인천공항공사가 2024년까지 4년간 추가로 거둬들이는 공항 이용료는 34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인천공항공사는 기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의 30%를 깎는 순환 휴직 ▶연차휴가 소진을 통한 인건비 절감 ▶사업 경비 축소 등을 검토 중이다. 한쪽에선 비정규직의 직고용으로 직원을 늘리고 다른 한쪽에선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경영 대책을 짜고 있는 셈이다. 순환 휴직은 ▶1개월씩(8~12월) 교대로 실시하되 ▶최대 휴직 인원은 현원의 30% 이내로 제한하고 ▶휴직 기간에는 평소의 70% 수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을 공항 이용객과 기존 직원들의 부담으로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직고용은 정부 가이드라인과 노동조합·회사·전문가 합의에 따라 기존 재원 범위 안에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라며 “공항 이용료 조정과는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인천공항공사 노동조합은 다음달 1일 서울 도심에서 촛불집회를 연다고 예고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이 길거리로 나오는 것은 1999년 공사 창립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장기호 노조위원장은 “공사가 단 사흘 만의 검토로 합의안을 파기했다”며 “공항 노동자 모두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졸속 정규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경준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사태는 사회 정의와 공정의 문제”라며 “정치쇼 때문에 촉발된 촌극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총선으로 거대 여당이 되자마자 법을 무시하고 직고용을 강행한 것은 인천공항공사 직원은 물론 취업준비생과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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