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권이 임명한 감사원장···"사퇴하라" 190분간 몰아세운 與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29일 거여(巨與)만의 국회 법제사법위는 사실상 최재형 감사원장 청문회였다. 이날 3시간10여 분간 최 원장에게 탄핵을 거론했고, 최 원장이 위헌적 발상을 하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불편해 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퇴하라는 고함도 있었다. 2017년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칭찬해 드릴 부분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백혜련)던 기류와 천양지차였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은 수시로 목소리를 높였다. 최 원장은 답변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 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법사위서 감사원장 집중 공격 #최원장, 목소리톤 변화없이 대응 #독립적 지위 가진 감사원 흔들며 #태극기부대·안기부에 비유도

의원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전제했다. 실제로 그렇다고도 알려져 있다. 이들은 ▶최 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했고 ▶최 원장이 “(감사위원회 심의를) 회피하라”고 요구하더니 ▶종내엔 “사퇴하라”고 했다. 감사원을 “태극기 부대”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비유하기도 했다.

거여 의원들이 주로 거론한 건 최 원장이 지난 4월 월성 1호기 직권심리 과정에서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국정과제의 정당성을 부정했다는 의혹을 두고서다. 최 원장은 “전체적인 맥락은 다르다”며 녹취록을 기반으로 앞뒤 대화를 소개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월성 1호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전 국민이 알고 있다.”

▶최 원장=“전 국민이 알고 있다고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백 전 장관=“(탈원전 정책이) 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었고 대선을 통해 국민적 합의로 다시 도출됐다.”

▶최 원장=“대선 공약에 포함돼 있었다고 국민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느냐.”

▶백 전 장관=“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은 사항이다.”

▶최 원장=“문재인 대통령이 41%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

이를 두고 소병철 의원은 “(최 원장이) 정치인인지, 사적인 이해가 있는 것인지 의혹을 품게 된다”고 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최 원장의 동서들이 한 사람은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또 한 분은 탈원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비판한 언론사의 논설주간”이라며 감사위 제척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최 원장은 “(두 동서가)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 결정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신동근 의원은 “(최 원장이) 원전 마피아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불편하고 또 맞지 않으면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감사원법 제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의 직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독립적으로 수행된다는 의미다. 소병철·김진애 의원 입에선 감사원장 “탄핵”까지 나왔다. 소 의원은 더 나아가 “감사원 간부들에게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내가 원장으로 감사원을 이끌 적격인지’”라고까지 말했다. 송기헌 의원은 “어떤 감사 결과가 나오든 공정성이 깨졌다”고 했다.

이들은 또 4개월째 공석인 감사위원 임명 건을 두고도 최 원장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우리 차관’이라고 불렀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기용을 최 원장이 거부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 원장은 “중립성을 지킬 분으로 위원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기 위해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