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이 주는 교훈]위생체계 정비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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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농식물환경과학부에서 근무하는 내 동료는 최근 영국에서 돌아왔습니다. 귀국후 그는 우선 신발을 포함한 모든 옷을 깨끗이 빨았습니다. 왜냐구요? 구제역을 퍼뜨린 사람중 한명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제역으로 축산업과 축산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구제역은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 동료가 소독을 철저히 하도록 만든 원칙들이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른 것들에도 적용됩니다.

풍토성 말라리아 같은 곤충이 옮기는 질병이 발생한 지역을 운행하는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기내외를 소독합니다. 그들이 비감염지역으로 퍼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입니다.

최근 아프리카에 다녀온 캐나다 여인이 유사 에볼라 바이러스 증상을 보인 것은 질병이 비행기 한번 타는 거리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행기의 발달로 세계를 맘대로 여행할 수 있고 그만큼 더 공중의 건강이 위협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공중의 건강과 격리에 따르는 개인의 권리 보호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의 문제

세계 금융시장의 상호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세계경제가 만들어낸 지구촌은 인류의 건강문제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한때, 개발도상국가에 한정됐던 건강문제가 뉴욕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약품에 내성을 가진 결핵균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지난 여름 악명을 떨친 나일 바이러스균을 옮기는 모기의 공습도 계속될 것입니다.

너무나 강한 파괴력으로 예전에는 고립된 일정지역에서만 기세를 떨치던 질병들이 이제는 불과 몇시간만에 먼 곳까지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결과로 러시아 결핵이 생겨났고, 잘못된 치료법으로 내성을 가진 결핵균은 러시아사람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은

대부분의 나라는 외국 관광객을 막을 수 없고, 자국민의 해외여행도 금지하지 못합니다. 그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죠?

뉴욕 센트럴파크에 약을 뿌리고, 비행기에서 통증을 호소한 환자를 검역하는 일은 병원균이 아닌 그 병원균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말라리아가 만연하는 지역을 치료해야 합니다.

말라리아로 고생하는 수백만의 사람에게 의료혜택을 주고, 그들이 다시는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도록 환경을 바꿔줘야 합니다. 인간 지놈 지도 작성과 간(幹)세포의 해독을 위해 사용된 고도의 과학기술과 최신의학기술보다 물을 깨끗이 하고, 하수도 시설을 갖추는 기본적인 공중위생학이 인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이런 조치들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을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질병의 치료와 병행돼야 합니다. 우리는 좀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질병예방과 감독 같은 기본적인 공공의료서비스가 인류와 동물에게 다음번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질병과의 전쟁에 큰 무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의학이 이룬 성과를 축하해야 하지만, 그에 앞서 공중위생학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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