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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빼"vs"못나가"…'임대차 3법' 현장선 벌써 싸우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다음달 중에 시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뉴스1.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다음달 중에 시행될 전망이다. 사진은 강남구 공인중개업소. 뉴스1.

“한 집에 전세로 이미 4년 살았으면 계약 갱신 혜택을 못 받나요?” “집주인이 본인 거주 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부하려면 실거주 의무기간이 있나요.” “집주인이 월세로 다 바꾸면 전세는 어디서 구하나.”

세입자 보호를 강화한 ‘임대차 3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29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사이트 등에는 이런 질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간에 분쟁이 생기더라도 이를 조정할 확실한 가이드라인 없이 ‘새 규제’가 예고되면서 시장의 논란과 혼선은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임대차 3법의 윤곽만으로는 분쟁 요소가 많다. 법 시행시기는 물론 구체적 적용 대상과 시행방식, 예외 인정 범위 등 하위 법령에 담을 세부 내용에 따라 세입자와 집주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임대차 3법은 세입자가 기본 2년, 임대차 계약 후 추가로 2년 연장할 수 있게 ‘2+2년’을 보장(계약갱신청구권)하고 임대료 상승폭은 직전 계약의 5% 내로 정하는 것(전월세상한제)을 골자로 한다.

다음 달 4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다음 달 중에 시행될 전망이다. 임대차3법의 기반으로 여겨졌던 전·월세 신고제는 시스템 구축 등으로 이유로 시행 시가가 내년 6월로 미뤄졌다.

임대차 3법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당장 '2+2년 연장’을 둘러싼 집주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공인중개업체 정모 대표는 “전세계약 만료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 이미 분쟁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하면, 세입자는 임대차3법이 다음 달 시행되니 법대로 하겠다고 버티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존속 중인 계약에도 계약갱신청구권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계약 종료 전 6개월에서 1개월 사이 계약갱신 거절을 통보할 수 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는 “임대차 3법이 다음 달 곧바로 시행되면 기존 세입자도 적용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만큼 계약 만료 기간이 한 달 이내인 집주인과 임차인 간의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 변호사는 "이러한 혼란을 없애려면 법 공표 후 시행까지 최소한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란거리는 집주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다. 임대인(집주인과 직계존속·비속)이 실거주를 위해 세를 놓은 집에 다시 들어오는 경우다. 이 경우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뒤 임대료를 올려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위해 이 조항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당정은 집주인의 위장 전입이나 이면 계약을 염두에 두고 법정손해배상청구제도를 방패로 내걸었다. 집주인이 실거주하지 않는데 계약 갱신이 가능한 기간 내에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 세입자를 받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원고가 손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법에서 정한 일정 금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억울한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려면 집주인이 실제로 거주하는지, 새로운 세입자와 계약했는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갈등이 생기더라도 해결할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임대차 시장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전·월세 신고제는 내년 6월에 시행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 시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분쟁이 생기더라도 해결 실마리를 찾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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