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가공품 식중독균 국내선 '깜깜'

중앙일보

입력

미국 업체가 한국 등에 수출한 육가공품에서 미국 농무부가 식중독.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균을 검출하고도 우리나라 등 수입국에 제때 통보해주지 않아 국내에서 11t이 시중에 유통되는 사태가 생겼다.

수출국인 미국의 무성의에 국내 검역기관의 해외 정보력 부족 때문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15일 국내에 반입된 미국 바-S푸드사의 햄.소시지 등 육가공품이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에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고 미 농무부가 뒤늦게 발표함에 따라 14일부터 긴급 회수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 식품안전검사소(FSIS)가 이 회사 햄에서 리스테리아균을 처음 검출한 것은 지난달 19일. 따라서 우리 당국은 26일이 지나서야 관련 제품의 회수.폐기에 나선 셈이다.

지난달 29일에는 이 식품을 생산한 미국 오클라호마주 소재 공장이 문까지 닫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를 한국.일본.멕시코 등 수입국에 알리지 않았다. 주요 농산물 수출국인 호주는 이런 경우 바로 수입국에 통보해 준다.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이런 사태 발생시 즉각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관련 제품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바-S푸드사 식육가공품으로 모두 33t이다.

이중 22t은 경기도 용인 냉장창고에 그대로 보관 중이나 11t은 시중에 유통됐다고 검역원은 밝혔다. 15일까지 이중 5백7㎏만이 서울 남대문시장 일대에서 회수됐다.

검역원은 상인이나 가정에서 보관 중인 육가공품 중 제품 포장지에 영문명으로 'F.S.BEEF FRANKS' , 작업장번호 'Est.471' , 한글명 '비프 프랑크' 로 표기된 제품은 폐기하거나 반품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균은 열에는 약하므로 72℃에서 30초 이상 가열해 조리하면 안전하다.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육가공.유제품 등을 그대로 먹을 경우 노약자에겐 패혈증.뇌수막염을, 임신부에겐 유산 을 일으킬 수 있다.

한편 검역 당국은 문제의 33t에 세균 등 정밀검사를 하지 않고 서류검사만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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