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과 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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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 전신무력이 나타나는 경우에 고려해야 할 병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병이 있다. 다름아닌 당뇨병이다.
증상을 나타내는 의학용어 중에서 그 빈도가 높은 것의 하나가 '피곤'이다. '몸이 지쳐서 고단하고 기운이 없는 상태'를 칭하는 피곤은 정신과 신체 모두에 적용된다.

모든 질환들에서 피곤은 일반적인 증상으로 인식되고 있고, 다른 특별한 증상이 없이 피곤만이 발현되는 수도 많다. 따라서 피곤, 전신무력이 나타나는 경우에 고려해야 할 병들은 수없이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병이 있다. 다름아닌 당뇨병이다. 원래 그 증상이 다양하고 발현의 정도 또한 천차만별하여 10%정도의 환자에선 아무런 증상이 없는 수도 있지만, 당뇨병이 피곤함, 전신무력의 증상만으로 표출하는 예는 허다하다.

물론 당뇨병을 기왕에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당뇨병 조절과 진행에 의해 피곤, 전신무력을 느끼는 때도 적지 않다.

당뇨병에서의 피곤을 논술함에 있어 몇가지의 실제 상황으로 구분하여 전개하고자 한다.

당뇨병 자체 증상으로서의 피곤, 전신무력

당뇨병은 주지의 사실과 같이 췌장, 인슐린, 인슐린수용체 등의 이상에 의해 체내의 포도당이 정상 이상으로 상승하는 병이다. 만일 혈당이 180mg/dl을 초과하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것도 중요한 당뇨병의 병리현상이다.

포도당의 요중 배출은 수분의 소실을 초래하여 단기간내에 다량의 수분 소실, 체중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이는 곧 급성 피로를 유발하게 된다. 또한 장기간의 당뇨병조절 불량에 의해 지속적인 고혈당, 체내 대사 불균형 및 요당 소실의 지속 등에 의해 만성적인 피로가 동반된다.

당뇨병 자체 증상으로서의 피로는 설명한 바와 같이 당뇨병이 잘 조절되지 않은 경우에 일어난다. 따라서 적절한 당뇨병의 관리를 통하여 혈당 조절을 이루어 낸다면 피로는 자연 개선된다.

이러한 당연한 원인과 결과를 무시하고 당뇨병의 조절불량에 의한 피로를 엉뚱한 비타민, 식품, 약제를 복용 섭취하는 것은 곤란하다. 단, 충분한 조절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지속되면 반드시 다른 병발질환을 확인하여야 한다.

당뇨병과 병발한 질병에 의한 피로

당뇨병에 병발을 잘하는 간장질환은 역시 피로의 대표적 질병이다. 당뇨병에 지방간, 간병변이 함께 오는 것은 생소한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30% 까지 정도가 심하든 덜하든 간기능 이상을 동반한다는 보고도 있다.

폐결핵이 당뇨병의 15% 까지에서 발생한다는 결과도 있다. 당뇨병에서 면역 기전의 저하에 의해 결핵이 발생하는 챤스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당뇨병과 결핵의 증상이 중복되는 것이 많아 종종 한참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는 수가 많다. 이러한 소견은 당뇨병의 초기 진단 및 상태 파악에 필히 흉부 방사선 촬영을 실시하는 근거가 된다.

이 밖에도 어떤 종류의 감염이든 피로를 가져 올 수 있고, 병발된 것이 당뇨병의 자체 증상에 의해 가려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당뇨병 관리와 피로

당뇨병 식사요법,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의 당뇨병 관리 방안을 실행하는 중에 피로가 올 수 있다. 지나친 식사량의 삭감은 일상의 생활을 못할 정도로 피로를 가져올 수 있고, 더구나 일정 식품만을 집중 섭취하는 식사오류는 영양소의 불균형 섭취를 가져와 피로의 도를 더한다. 운동요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무리한 운동의 실시는 오히려 피로만을 초래한다.

특히 경구혈당강히제 또는 인슐린 주사를 시행하고 있는 환자에서 여러 원인에 의한 저혈당의 발생은 피로, 나아가서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 현저하게 혈당이 내려 가지 않더라도 다소 낮은 혈당 상태가 지속되어 늘 피곤을 호소하는 환자도 자주 본다. 약물의 용량과 식사-운동 간의 관계를 잘 조화시켜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피로들이다.

당뇨병 합병과 피로

당뇨병의 상당히 여러 종류인 합병증의 발생은 피로와 바로 연관이 이루어진다. 당뇨병성 망막증, 백내장, 신견병증, 신증 등은 대표적으로 피로를 가져오는 합병증들이다. 특히 당뇨병 신증에서의 피로는 신장기능부전에 오는 피로의 상황을 생각하면 용이하게 이해할 수 있다. 신기능부전이 아니더라도 소위 당뇨병성 단백뇨증이라 칭하는 상태인 신장의 역동적인 기능은 정상인 채 소변에 단백질만 배출되는 경우라도 혈중의 단백질이 감소하여 피로를 일으킨다. 이러한 사실은 모든 당뇨병환자-특히 피로 동반 환자-에서 단백뇨 또는 미세단백뇨(microalbumin)를 측정하는 이유인 것이다.

이외에 만성 질환에 자주 동반되는 빈혈도 당뇨병에서 보는 피로의 원인이다.

이상으로 당뇨병과 피로를 몇 가지 관점에서 논술하였다. 보다 세세한 부분들을 기술하면 더 많은 내용을 소개할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당뇨병과 피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당뇨병과 병발질환의 철저한 파악, 당뇨병의 적절한 관리에 의해 이해되고 개선될 수 있다는 주안점을 강조함으로써 긴 설명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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