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법'은] "북 체제 무비판적 옹호"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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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남북의 두 정상이 공동선언 제2항에서 남의 '국가연합'과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공통점이 있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평화지수'의 측면에서 100을 평화통일로 봤을 때 국가연합이 50이라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이보다 더 높아야 할 것 같다. "

송두율씨가 지난해 펴낸 '경계인의 사색'에서 주장한 말이다. 남쪽이 제시한 통일방안보다 북쪽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통일방안에 그가 더 호의적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가 국내 학계에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사회과학 잡지인 '사회와 사상'(12월호)에 "북한 사회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짧은 논문을 발표하면서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북한 사회를 자본주의 잣대로 보지 말고, 사회주의 이념에 비춰 현재 북한이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에 따라 북한의 현실을 검토.비판해야 한다는 '내재적 접근법'을 이 글에서 처음 소개했기 때문이다.

宋교수는 이러한 시각을 토대로 북한의 사회주의 건설 과정을 주체의 발전 전략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봤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예컨대 북한은 소련이나 중국과 달리 중공업을 우선적으로 하면서 농업과 경공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것은 두 사회주의 대국으로부터 정치적.경제적 독립을 유지하고 동시에 분단 속에서 농업의 구조적 취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내재적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은 90년대 북한 학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서강대 강정인(姜正仁)교수는 93년 두편의 '북한 연구 방법론'논문에서 "내재적 접근론자들은 북한 사회의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는 데 고심한 나머지 이를 과장하거나 북한 체제의 부정적 측면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고 침묵 내지 가볍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면서 "宋교수의 경우는 북한 체제를 거의 무비판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논리 전개를 한다"고 비판했다.

宋교수는 '경계인의 사색'에서 북한의 통일방안, 7.1 경제관리 개선 조치 등도 '내재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제를 줄곧 주장해 온 북의 내재적 요구가 무엇인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며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 할지라도 국가연합보다 남북 간의 높은 동질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러한 논리를 실제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민족 대단결"이라며 "사상과 이념, 제도와 신앙의 차이를 넘어 민족 내부의 동질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다고 보는 이러한 견해는 '민족'이나 '역사'가 '지구화'시대에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견해와는 정반대"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북한이 단행한 7.1 경제조치에 대해서도 "북한이 앞으로 취할 경제적 조치가 어떤 경제사회 건설을 지향하는지 우선 그들의 언어로 이해하려는 '내재적'접근을 거쳐 북한에 대해 남한 경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leehid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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