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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홍콩’ 기업 끌어와야 하는데…주한 외국기업 54.3% “노사관계로 한국 투자 망설여”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노사관계가 외국인 투자유치를 막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주한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노사관계 인식’을 조사해보니 절반이 넘는 54.3%가 ‘한국의 노사관계가 외국인투자유치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종업원 수 100인 이상인 901개 한국 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 진행됐다.

상반기 외국인투자 ‘반 토막’

외국기업의 눈에 비친 한국의 노사협력 경쟁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노사 경쟁력을 100이라고 가정했을 때 독일은 118.2, 미국은 115.8, 일본은 107.7로 모두 노사협력 부문에서 한국보다 우위로 조사됐다. 주요 제조업 경쟁국 가운데 중국만이 91.1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홍콩 국가보안법을 강행 처리하며 홍콩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 엑소더스(대탈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보안법에 따라 홍콩 내 기업들도 사전 검열과 노동·고용 규제 등 중국 본토 기업과 같은 각종 규제를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자료: 한경연

자료: 한경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투자처로서 한국의 대외 매력도를 보여주는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2018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98억7000만 달러(약 12조원)로 전년(157억5000만 달러) 대비 크게 줄었는데, 그마저 올 상반기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76억6000만 달러(약 9조원)로 줄었다. 전국경제연합회는 코로나 사태 외에도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폐지,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정책 등이 외국인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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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등 주변국들이 금융기업은 물론 1000여개에 달하는 홍콩 내 제조기업에 대한 유치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노동·고용 제도를 글로벌 수준으로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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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개선되면 투자 23.4% 늘리겠다”

외국기업들이 한국의 노사문제 가운데 가장 큰 애로로 느끼는 부분은 ‘해고와 전환배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37.7%)’ 이었다. 이어 노조의 경영개입 등 과도한 요구(26.8%), 경직적 임금체계(16.7%), 노동 관련 제도․정책의 일관성 부족(15.9%) 순으로 답했다. 특히 한국 노동조합이 개선해야 할 관행으로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노조 활동(46.4%) ▶상급 노동단체와 연계한 정치적 파업(30.4%)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파업(10.9%) ▶노조의 불법 행동을 용인하는 관행(8.7%) 등을 지적했다.

자료: 한경연

자료: 한경연

이들은 정부가 노사문제 개선을 위해 ▶협력적인 노사문화 구축(34.1%)을 필두로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26.1%) ▶노동 관련 법·제도 정비 및 일관성 있는 노동정책(24.6%) ▶불법 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13.0%)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노사관계가 일본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투자 규모를 23.4%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추광호 실장은 “한국이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 간 대화 창구를 강화하고 주한 외국기업들의 노사애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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