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족 다친다" 성폭행한 두 무속인, 누군 징역12년 누군 무죄…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제주지법이 10대 청소년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무속인 김모(40)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2017년 11월 “네가 신을 받지 않으면 가족에게 풍파가 일어나고 집에 출초상이 일어난다”며 피해자가 무속인 교육을 받게 했습니다. 이후 8개월 간 “너 때문에 가족들이 다 죽어 나간다. 나랑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그를 성폭행했습니다.

이슈언박싱

법원은 김씨가 미성년자인 피해자를 겁박해 자신을 의지하게 만든 뒤, 이런 ‘위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했습니다. 가족이 위험해질까봐 피해자가 그의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입니다.

#비슷한 수법으로 3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또 다른 김모(46)씨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여성은 2017년 8월, 지인으로부터 ‘용한 점쟁이’라며 김씨를 소개받은 뒤 카카오톡 대화로 그와 대화했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신상과 가족관계를 단번에 맞추는 김씨에게 곧 빠져들었습니다. 이후 김씨는 “음기가 많이 쌓여 있어 해가 올 수 있다”,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병에 걸리고, 가족의 사업도 망한다”며 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김씨가 성관계를 가지라고 지목한 남성은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김씨가 랜선 너머의 ‘무속인’과 현실의 ‘음기를 씻어주는 남성’을 1인 2역으로 연기한 것입니다. 김씨가 기가 막히게 맞췄던 여성의 정보는 중간에 연결해준 지인이 몰래 흘려준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여성은 김씨를 강간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은 강간죄의 구성 요건인 ‘협박’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해자가 무속인의 위치를 이용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첫 번째 사건의 경우 10대였던 피해자가 무속인에게 정신을 지배당해 저항할 수 없었던 상태라고 봤습니다. 반면 두 번째 사건의 경우, 여성이 막연하게 화를 입을 것이라는 무속인의 말에 속아넘어간 책임도 있다고 했습니다.

징역 12년과 무죄를 가른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영상을 통해 알려드립니다.

  박사라ㆍ정진호 기자 park.sar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