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인영 부인, 보조금 9억 중 7억 박원순 재임때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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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이보은씨가 활동한 비영리단체 등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보조금 9억여 원 가운데 7억여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시기에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는 2011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박 전 시장 상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다.

이태규 "박 시장 취임후 보조금 4배 늘었다"

21일 서울시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으로부터 보조금 지급내역 자료를 제출받은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이씨가 속한 여성환경연대와 비영리단체 농부시장 마르쉐는 2000년 이후 38건의 서울시·정부 사업을 수행하며 총 9억 6590만 원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보조금 대부분은 서울시(9억 160만원)에서 받았다. 이씨는 여성환경연대에서 공동대표와 사무처장(현재는 운영위원) 등을 지냈고, 마르쉐에선 상임이사다. 마르쉐는 여성환경연대 산하에 있다가 2017년 2월 독립했다.

특히 이씨가 속한 단체가 받은 서울시 보조금 중 7억1370만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9년(2011년~2020년)간 지급됐다. 반면 박 전 시장 취임 전 12년 동안 서울시에서 지급된 돈은 약 1억8790만원이었다. 이 의원은 “박 전 시장 취임 후 그 전보다 4배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았다. 선정과정을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르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직후(2017년 하반기) 2건의 사업에 단독 지원해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1억8000만 원을 받았다. ‘네일숍 유해 화학물질 저감 개선방안 마련’ 사업비로 1억5000만원을, ‘도시농업 축제 한마당’ 사업으로 3000만원을 각각 수령했다.

여성환경연대·마르쉐가 서울시·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여성환경연대·마르쉐가 서울시·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 마르쉐는 2017년부터 4년 연속 서울시가 주관하는 민간직거래장터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2019년엔 서울시로부터 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동시에 농림부가 주관하는 비슷한 이름의 사업(직거래장터 지원사업)에서 또 4930만원을 받았다. 두 군데 모두 선정된 사업자 중 보조금 액수가 가장 많았다.

이 의원은 “사업명도 유사한데 서울시와 농림부에서 모두 지원을 받은 것”이라며 “이처럼 중복 수혜 정황이 있을 경우 사업자 선정 심사 때 점수를 깎거나 아예 제외해야 하는데, 마르쉐는 오히려 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 2020년 서울시 사업자로 또 선정돼 400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시민단체 사업과 관련한 전체 예산 규모가 박 전 시장 재임 때 더 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전체 액수를 따지지 않은 채 해당 단체 두 곳의 사업 내용만 놓고 따지는 건 무리한 의혹 제기”라고 말했다. 특혜 의혹에 대해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업을 따내고 사업비를 받은 것을 이 후보자와 연관 짓는 건 억지”라고 반박했다. 서울시도 “사업명이 비슷해도 구체적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보조금 중복 지급이라고 볼 수 없고, 특혜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부인이 속한 재단 보조금과 관련해 "아내는 저의 정치와 또 다르게 아주 훌륭한 NGO 활동가고 이명박 정권이나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에도 당시 환경부나 서울시와 관련한 활동을 했다"며 "편견을 빼면 아내의 활동들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고 따듯한 시선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부실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태영호, 김기현, 김석기, 지성호, 조태용 의원. [뉴스1]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료제출 부실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태영호, 김기현, 김석기, 지성호, 조태용 의원. [뉴스1]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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