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노총 위원장이 민노총 강경파 비판 "조직위에 군림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민노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정파의 판단이 아닌 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는 영상에 출연한 김명환 위원장. 민노총 유튜브 캡처

지난 20일 민노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정파의 판단이 아닌 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는 영상에 출연한 김명환 위원장. 민노총 유튜브 캡처

"정파조직이 대중조직 위에 군림하거나, 다수의견이란 물리적 압력으로, 줄세우기를 통해 사회적 교섭이 중단되거나 유실되는 건 100만 대중조직에 해가 되는 길이다."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0일, 민주노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정파의 판단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드립니다'라는 영상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 영상을 통해 지난 1일 예정됐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협약식'이 민주노총 내홍으로 취소된 과정을 공개했다. 또 특정 정파의 힘에 의해 민주적 의사결정이 방해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밝히며 '민주노총'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조직 내 정파 문제를 거론해 활을 겨눈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위원장 "특정 정파 나서 교섭 중단 압박"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건물로 들어서는 김명환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앞에서 노사정 합의에 반대하는 민노총 조합원들이 건물로 들어서는 김명환 위원장을 가로막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 1일 '노사정 사회적 대화 협약식'에 참석 예정이었던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 일부 강경파에 의해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 사실상 감금돼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노사정 합의 추진 과정에 대해 "(당초) 6월 말 1차 타결을 목표로 30여일간 교섭이 진행됐고, 6월 27~28일 근접한 (합의)안으로 정리됐었다"며 29일부터 다음날 자정이 지나도록 7시간동안 미비점을 토론했고, 67개 조항 중 지적이 나온 4개 조항에 대해 추가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때 상황이 돌변해 특정 정파에서 교섭을 중단하라는 압박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위원장실에서 대책을 논의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부위원장 한 분이 들어와 '어디' '어디'라고 구체적 정파의 이름을 대며 '(합의안을 승인하지 않기로) 우리 두 조직은 합의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춰라. 노동부 장관을 만나지 마라'고 통보했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그는 "당황했고 참담했다"며 "직선으로 선출한 위원장의 대표성마저 거부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직선2기 위원장으로 그러한 압력에 민주노총의 주요 사업이었던 사회적 대화를 멈출수는 없었다"며 30일 새벽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지적이 나온 4개 항목을 수정한 뒤 중앙집행위 회의를 다시 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아침 열린 회의도 특정 정파 조합원들의 조직적 반대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웠고, 다음날(1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한다.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불참해 있다. 연합뉴스

1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불참해 있다. 연합뉴스

이후 협약식 당일이던 1일엔 "합의안 폐기를 주장하는 분들이 사무실 출근부터 저지했다"며 "회의장은 민주적 회의 할 수 없는 공포 분위기였다. 이동조차 막힌 채 합의안 최종안을 포기하라는 굴복하라는 것을 강요 받았다"고 털어놨다.

23일 대의원대회서 '노사정 합의안' 표결 

김 위원장은 영상 말미에 "규약에 따라 위원장의 권한으로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해 노사정 합의안의 추인 여부를 묻겠다"며 "어떤 결론이 나오든 거기에 따를 것이다. 사회적 책임의 실천을 다하는 그런 민노총으로 만들어가자"고 했다. 민노총은 23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찬반 표결에 부친다. 투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온라인 비밀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