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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물놀이 후 아프고 먹먹한 귀, 면봉으로 후비다간 염증 불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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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휴가철 귓병 예방·대처법

물에 젖은 귓속 피부 손상 땐 #외이도염·습진 등 질환 유발 #헤어드라이어로 물기 말려야

본격적인 더위와 휴가철이 시작됐다. 감염병의 여파로 국내 나들이나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이 많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흔히 바닷가나 계곡 혹은 물놀이가 가능한 곳을 여행지로 염두에 둔다. 요즘 물놀이할 때 밀접 접촉만큼 주의가 필요한 건 ‘귀’ 건강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는 “물놀이 후 귀에 통증을 느껴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환자가 많다”고 경고했다. 물놀이 후 생긴 귓병에 현명하게 대처해 건강한 여름을 나자.

바다·계곡·워터파크 등은 대표적인 여름 휴가지다. 휴가지에서 하는 시원한 물놀이는 다가올 휴가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물놀이 후 귀가 아파 고생한 경험이 한두 번쯤은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외이도염이다. 외이도는 귓구멍 안쪽 부분으로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약 2.5㎝의 통로다. 외이도는 보통 구부러져 있고 안쪽 피부가 약해 가볍게 손을 대기만 해도 주변 벽에 쉽게 상처가 난다. 이곳이 세균이나 곰팡이 등에 감염돼 염증이 생긴 것이 외이도염이다. 소아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대에서 발병하며 여름철에 흔하고 수영 후 잘 생겨, 일명 ‘수영인의 귀(swimmer’s ear)’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나면 귓속이 물에 흠뻑 젖는다. 겉으로는 큰 이상이 보이지 않으나 귀가 먹먹해지고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면 귀를 자꾸 후비게 되는데 이게 귓병으로 이어지는 화근이 된다. 강물이나 수영장 물에는 세균이 많아 귀에 물이 들어간 후 귀를 후비면 피부가 상하기 쉽다. 특히 외이도 안쪽 피부는 매우 얇고 지방이나 근육 조직 없이 외이도 뼈에 바로 밀착돼 있기 때문에 손상 위험이 큰 편이다. 안중호 교수는 “물놀이나 목욕 후 외이도에 남아 있는 수분이 외이 피부의 습진을 일으키고 세균이 피부의 상처를 통해 침입하면서 급성 외이도염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귀 주변 통증·가려움증이 주요 증상

초기에는 습진처럼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 점차 외이도 주변이 붉게 부어오르는 발적이 생기고 심하면 고름 같은 화농성 분비물이 나온다. 때로는 귀 앞에 위치한 귀밑샘으로 염증이 번져 귀 부위에 열감을 호소하거나 입을 벌릴 때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안용휘 교수는 “외이도가 심하게 붓거나 염증 찌꺼기로 막히면 귀가 먹먹한 느낌과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는 염증이 심해져 주변 조직으로 퍼지다가 뇌 기저부까지 번지면 골수염으로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이도염의 치료 원칙은 외이도를 청결히 하고 통증을 조절하며 적절한 약을 사용해 치유를 돕는 데 있다. 치료에는 항생제가 함유된 이용액(귀 안에 넣는 물약)을 주로 사용하고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스테로이드가 섞인 이용액을 쓰기도 한다. 안용휘 교수는 “외이도에서 분비물과 피부 괴사 조직 등을 조심스럽게 제거하고 산성 용액으로 세척해 외이도의 산도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염증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세균에 의해 발생한 급성 외이도염은 3~7일 치료받으면 대부분 호전된다.

외이도염을 예방하려면 물놀이 후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함부로 귀를 후비지 말아야 한다. 계속 먹먹한 느낌이 들 경우 안쪽의 물기를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해 바람으로 가볍게 말려주는 것이 좋다. 귀지는 외이도를 약산성으로 유지하며 외이도 피부를 덮고 있어 외부 세균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 평소 귀이개 등으로 과도하게 귀지를 제거하면 피부가 벗겨지는 상처가 나고 피부 보호 기능이 망가지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고막이 찢어지는 고막 천공도 물놀이 여행객이 주의해야 할 귀 질환이다. 고막은 외이와 중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직경 약 9㎜, 두께 0.1㎜로 타원형의 얇은 막이다. 고막 천공은 귀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곳에 압력을 받을 때 주로 발생한다. 다이빙 같은 물놀이를 즐기면 고막 주변의 압력이 변해 외상을 입기 쉬운 상태가 된다. 면봉으로 귀에 들어간 물을 닦다가 고막을 찔러 천공이 발생하기도 한다. 안용휘 교수는 “갑작스러운 심한 통증과 함께 출혈, 청력 저하, 이명 등이 있으면 고막 천공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압력 변화 심하면 고막 찢어질 수도

고막은 하루에 약 0.05㎜씩 재생된다. 염증이 동반되지 않은 고막 천공은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다만 이 기간에 외이도가 감염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 치유가 어렵고 이명이나 난청이 심한 환자는 인조 고막을 천공 부위에 대주면 증상이 완화하고 고막을 재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안용휘 교수는 “수개월이 지나도 천공이 완전히 재생되지 않으면 천공된 부분을 메우는 고막 성형술을 고려해야 한다”며 “고막 천공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상황이므로 물놀이 때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무엇보다 면봉으로 귓속을 과도하게 닦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막 손상을 모른 상태로 물놀이를 했다가 고막 안에 물이 들어가면 중이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이땐 귀마개를 사용해 외이도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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