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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사무총장 자리 노린다…유명희와 맞붙을 7인은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사무총장 후보 기자회견을 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 AFP=연합뉴스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WTO 사무총장 후보 기자회견을 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본부장. AFP=연합뉴스

연봉: 3억8200만원. 품위유지비 2억5500만원 별도.
근무지: 스위스 제네바
임기: 4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의 근무조건 일부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진 자리다. 현 호베르투 아제베두 총장이 지난달 “8월 31일자로 사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선거전이 시작됐다. 지난 6일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다. 유명희 본부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뛰어들었다. WTO는 “자유 무역을 통해 세계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목표로 164개국이 회원이다. 유 본부장이 당선될 경우 한국 최초이자, 여성 최초 WTO 사무총장으로 기록된다.

이번 WTO 사무총장은 내년에 예정된 WTO 정상회의를 치르는 막중하지만 명예로운 임무도 맡게 된다. 아제베두 총장이 조기 사임 의사를 밝히며 내건 이유도 ‘신임 총장에게 정상회의를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서’ 였다.

WTO 사무국은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선출을 마무리해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WTO의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길고, 입후보자들도 8명으로 많아서다. 우선 후보 등록순으로 15~17일(현지시간) 사흘간 후보자 정견 발표 및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유 본부장은 “위기에 직면한 WTO의 체제를 정비하고 비전을 실현할 적임자인 나를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WTO의 제네바 본부. WTO 홈페이지에 따르면 식당은 물론 은행, 널찍한 헬스장 등이 있다. 신화=연합뉴스

WTO의 제네바 본부. WTO 홈페이지에 따르면 식당은 물론 은행, 널찍한 헬스장 등이 있다. 신화=연합뉴스

기자회견 뒤엔 본격 선거 절차가 시작된다. 164개 회원국을 상대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하는데, 지지도가 낮은 후보 순으로 탈락시킨다. 최후의 1인이 사실상 만장일치 형태로 선출되는 방식이다.

WTO는 전신인 관세무역 일반협정(GATT) 체제 시절부터 총 9명의 사무총장을 선출했는데, 영국ㆍ프랑스ㆍ이탈리아ㆍ태국ㆍ브라질ㆍ뉴질랜드ㆍ아일랜드가 각 1명, 스위스가 2명이다. 2002~2005년 재임한 태국의 수팟차이 파니치팍디 총장을 제외하곤 모두 비(非) 아시아 국가 소속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최근 경향에 비춰보면 아시아ㆍ아프리카계 여성이 유리하다. 여성 후보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3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주목한 후보군엔 안타깝지만 유 본부장은 없다. FT는 지난 9일 “아프리카의 여성 후보들이 선거전을 리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서아프리카 국가인 베냉의 엘로이 라오루다. 다만, 세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해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 점은 유 본부장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WTO 사무총장 후보군. 왼쪽부터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몰도바의 울리아노브스키 후보,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 이집트의 맘두 후보, 유명희 본부장, 멕시코의 쿠리 후보. AFP=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후보군. 왼쪽부터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몰도바의 울리아노브스키 후보,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 이집트의 맘두 후보, 유명희 본부장, 멕시코의 쿠리 후보. AFP=연합뉴스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재무장관을 두 차례 역임했다. 2014년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케냐의 모하메드 후보는 2013~2018년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장기 재직했다. 2015년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WTO 장관회의를 주재했는데, 이 회의를 주재한 첫 아프리카인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일본은 이 나이지리아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마지막 아프리카 후보인 베냉의 엘로이는 현재 주제네바 대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에밀리 리즈 연구원은 FT에 “WTO가 여러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이 총장에 오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아프리카의 후보들이 정치권 출신인 것,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도 좋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후보들만 쟁쟁한 게 아니다. 중동에서도 2명이 입후보했는데, 이집트의 아델 하미드 맘두는 WTO에서 2001~2017년 몸담았던 컨설턴트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합의문 초안을 작성에도 참여했던 인물로, WTO가 친정이라는 강점이 있다. 또 다른 중동 후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로, 현재 사우디 왕실에 경제 정책을 조언하는 장관을 맡고 있다. 은행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사우디 왕실이 우군인 후보다.

WTO 로고. 연합뉴스

WTO 로고. 연합뉴스

국제 경제의 리더 그룹에 속하는 영국에서도 리암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이 후보로 나섰다. 현직 의원도 맡고 있는 파워 인물이다. 몰도바에서도 후보를 냈는데, 튜더 울리아노브스키 전 외교부 장관 출신인 정통 외교관이다. 마지막 후보는 멕시코의 경제학자인 헤수스 세아데 쿠리.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의 무역협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했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멕시코 대표 협상자로 활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는 부자 나라인 개발도상국에 대한 혜택을 중단하라"는 요지로 지난해 7월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WTO는 부자 나라인 개발도상국에 대한 혜택을 중단하라"는 요지로 지난해 7월 올린 트윗. [트위터 캡처]

WTO의 신임 수장에겐 과제가 산적해 있다. WTO의 핵심 기능인 국가 간 무역 분쟁 조정인데, 상소기구 위원 공석 등으로 인해 이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여기에다 WTO 기금을 가장 많이 내는 미국이 노골적으로 WTO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트위터 등에서 “WTO는 끔찍하다” “탈퇴를 고려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중국 편들기를 한다는 게 이유다.

유명희 본부장은 30년 가까이 통상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CNBC는 8명의 후보를 고루 소개하면서 유 본부장에 대해 “유 본부장은 한국의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은 최초의 여성이며 1995년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에서 WTO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고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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