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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의혹' 기자 구속…고지 차지한 수사팀, 한동훈 향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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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전 채널A 기자 이모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직 기자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17일 발부됐다. 법원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이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다”며 검찰의 구속수사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조계에선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매우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9시 40분쯤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있다”며 “이러한 범죄 사실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피의자와 관련자들은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영장실질심사 3시간 30분 진행

이 전 기자는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9시 5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그는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가볍게 묵례를 한 뒤 법정으로 향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와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영장 심사에서 구속의 필요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영장 심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쯤까지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신라젠’ 취재 과정에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대리인인 ‘제보자 X’ 지모씨를 만난 일련의 과정이 강요미수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로부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도록 협박했다는 취지다.

반면 이 전 기자 측은 강요미수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이 전 기자 측은 “미수에 그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리조차 도외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2016년 9월 이철 전 VIK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뉴시스]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17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2016년 9월 이철 전 VIK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뉴시스]

법원 “계속 증거 인멸할 우려 높아”

김 부장판사는 양측의 의견을 법정에서 확인하고, 서면 심리를 거쳐 결정을 내렸다. 수사팀의 주장과 같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향후 계속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보인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조계에선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건 매우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강요죄로 구속된 피고인은 성범죄 관련 1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요죄보다 상대적으로 혐의가 가벼운 강요미수죄에 대한 통계는 따로 집계되지 않는다. 강요미수죄 구속 사례는 그보다 더 드물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설치된 채널A 현장 중계석 좌우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건물이 보인다. [연합뉴스]

강요미수로 구속은 이례적…검찰 수사 탄력받을 듯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아울러 이 전 기자와 함께 의혹에 연루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팀은 대검찰청과 채널A 의혹 수사를 놓고 의견 대립을 빚었다. 대검에 상부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결과만을 보고하는 ‘특임검사’에 준하는 직무 독립성을 달라고 공개 건의하기까지 했다. 대검은 이를 즉각 거부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수사팀은 독자적인 수사가 가능해졌다.

수사팀은 수사 전권을 가진지 엿새 만에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회 각계 시민들로 구성돼 수사 상황을 판단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아흐레 전이기도 했다. 그래서 수사팀의 영장 청구는 사실상 ‘승부수’라는 법조계 분석이 나왔다. 수사팀이 시민 판단을 받기 전 법원으로부터 수사 정당성을 인정받아 명분을 더하려 한다는 취지다.

법원이 구속 수사 주장을 받아들임에 따라 수사팀은 향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24일 열릴 검찰수사심의위에서도 이 전 기자의 영장이 발부된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워 수사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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