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감마나이프 선형가속기

중앙일보

입력

귀울림과 난청으로 고생하던 K씨(45.서울 중곡동)는 청신경종양이란 진단을 받았다.

청신경종양이란 뇌와 귀를 연결하는 청신경에 종양이 생긴 것.

양성 종양이지만 머리 깊숙이 위치해 있어 수술이 어려우므로 악성에 버금가는 질환이다.

뇌에 생긴 혹은 양성이라도 치료가 쉽지 않아 뇌암이라는 명칭 대신 뇌종양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10년 전만 해도 K씨와 같은 경우 치료법은 외과적 수술 외에 마땅한 게 없었다.

그러나 K씨는 최근 감마나이프 치료를 통해 피를 흘리지 않고 종양을 제거할 수 있었다.

폐암으로 고생하던 L씨(52.서울 양재동)는 급작스런 구토와 경련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폐암이 뇌로 전이된 것이 원인이었다. L씨는 수술칼 대신 선형가속기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

비록 L씨의 생존율이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남은 삶의 질은 현저히 개선된 셈이다.

뇌종양 등 뇌 속에 생긴 병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무혈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주인공은 감마나이프와 선형가속기. 1990년 서울중앙병원에 처음 도입된 감마나이프는 현재 5개 병원에서 시술 중이다(표 참조). 감마나이프란 코발트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뇌 속 병변에 쪼여 파괴하는 치료.

서울중앙병원 신경외과 이도희 교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마선이 2백1개 방향에서 0.5㎜ 오차 내에서 병이 있는 부위에만 집중되므로 정상 부위의 손상을 극소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대상 질환은 수술칼이 도달하기 어려울 정도로 뇌속 깊숙이 위치한 뇌혈관질환과 뇌종양.

서울중앙병원의 경우 지금까지 1천4백여명의 환자에게 시술했으며 이중 뇌동정맥기형 등 뇌혈관질환이 39%, 뇌하수체종양 등 뇌종양이 30%, 뇌로 전이된 암이 29%를 차지했다.

통증이 없으며 환자는 헬멧을 머리에 쓰고 기계 속에 누워있기만 하면 된다.

감마선 대신 엑스선을 사용하는 선형가속기는 광원이 2백1개며 움직이지 않는 감마나이프와 달리 1개의 광원을 이용해 기계가 돌아가며 필요한 부위에 쏘는 것이 다른 점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20여개 병원에 도입돼 시술 중이다.

병변만을 선택적으로 집중.조사(照射)하는 데 감마나이프에 비해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고 모양이 불규칙한 종양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흠.

동그란 공처럼 중심이 1개인 종양의 경우 10분 남짓이면 충분하나 눈사람 모양이나 기다란 것 등 중심이 여러 개인 불규칙한 모양의 종양은 2~3시간이 소요된다.

장점은 감마나이프에 비해 치료비가 저렴하다는 것. 삼성서울병원 치료방사선과 안용찬 교수는 "감마나이프는 기계값만 4백만달러에 달하고 6년마다 한번씩 원료인 코발트 동위원소를 교체하는 데 1백만달러가 추가되지만 선형가속기는 기계값이 1백만달러며 X선을 사용하므로 교체에 드는 추가비용이 적다" 고 밝혔다.

선형가속기는 고가인 감마나이프의 보급형인 셈. 환자가 내는 돈도 감마나이프의 경우 5백만~6백만원의 비용이 드는 반면 선형가속기는 2백50만~3백만원 정도.

<방사선 치료란>
감마나이프나 선형가속기 모두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다. 방사선이란 동위원소의 핵분열시 방출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감마선.엑스선.전자선 등 다양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신체 조직을 통과하는 특성을 이용해 종양 등 병변을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원리. 대개 뇌를 비롯한 두경부 등 수술로 종양 전체를 떼어내기 어려운 부위에 사용된다.

자궁경부암이나 유방암처럼 수술칼로 절제한 부위에 남아있을 수 있는 미세 잔류 암세포를 파괴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또는 암 수술 전 종양의 크기를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방사선 치료의 흠은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암세포를 죽이려다 정상 조직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치료의 강도와 범위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감마나이프나 선형가속기가 등장한 배경도 원하는 부위만 방사선으로 정밀하게 파괴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혈액을 타고 전신에 약물이 퍼져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가 생기는 항암제 치료와 달리 방사선 치료는 특정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이뤄지므로 전신적 부작용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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