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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주 던질래요"…박치국이 '선발'을 마다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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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박치국 [뉴스1]

두산 투수 박치국 [뉴스1]

"저는 더 자주 경기에 나가고 싶어요."

많은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꿈꾼다.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자리는 대부분 다섯 번째 선발이다. 많은 불펜 유망주가 인터뷰 때 "선발로 기회를 얻고 싶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 4년차 박치국(22)은 다르다. "5일에 한 번 등판하는 선발보다, 더 많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불펜이 좋다"고 강조했다. 신인 때부터 불펜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해 온, 젊은 투수의 남다른 자부심이다.

박치국은 16일 잠실 SK 와이번스전에서 선발 크리스 플렉센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졌다. 플렉센이 1회초 타구에 왼발을 강하게 맞아 1이닝을 간신히 버티고 내려온 탓이다. 불펜에 있던 박치국이 부랴부랴 몸을 풀고 2회부터 공을 넘겨받았다. 박치국은 5회까지 4이닝을 4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막고 두산의 4-1 승리를 뒷받침했다. 사실상 선발투수 역할을 했다.

비슷한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17년 5월 6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다. 그 후 3이닝 이상을 던진 것은 3년 2개월 여만에 처음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갑작스럽게 등판했는데도 박치국이 자기 몫 이상을 해줬다"고 흐뭇해할 만하다. 박치국은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생각만 했다. 긴 이닝을 의식하거나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두산 투수 박치국 [연합뉴스]

두산 투수 박치국 [연합뉴스]

다만 4이닝 투구가 선발 전환 가능성으로 연결되는 것만은 확실히 경계했다. 2017년 3경기에 선발 등판한 경험이 있지만, 오히려 '내게는 불펜이 더 맞는다'는 점을 자각한 계기가 됐다. 박치국은 "내 투구 스타일이 선발보다 불펜에 더 어울리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 불펜 투수 역할이 더 멋있다. (매일 대기하거나 몸을 푸는 것도) 힘들지 않다. 중간에서 롱맨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선발로 뛰고 싶지는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소신이 확고하고, 자신감이 넘친다. 올 시즌 기복이 심해 지난달 27일 2군에 다녀왔지만, 재정비 기회로 받아들일 만큼 배포도 크다. 7일 1군 복귀 후에는 3경기에서 7이닝 무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박치국은 "2군에서 배영수 코치님과 하체 훈련을 많이 했는데, 투구 밸런스를 잡는 데 도움이 됐다. 남은 시즌은 기복 없이 계속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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