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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많은 방글라데시인···'가짜 음성 확인서'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수도 있는 사람에게 ‘가짜 음성 확인서’가 나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병원장이 거짓 확인서 6000여건 발급 #여장하고 인도로 도망가려다 경찰 체포 #"가짜 확인서 내고 이탈리아 취업한 듯"

방글라데시에서 한 병원장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하지도 않고, 음성 확인서 6000여 장을 발급했다가 경찰에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세계 각지로 퍼져 일하는 해외 이주 노동자가 많은 방글라데시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가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수천 장을 발급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방글라데시 병원장 모하마드 샤헤드(가운데 헬멧 착용한 사람).[AFP=연합뉴스]

가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수천 장을 발급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방글라데시 병원장 모하마드 샤헤드(가운데 헬멧 착용한 사람).[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에서 병원 두 곳을 운영하는 모하마드 샤헤드(43)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6000여 건이나 거짓으로 발급해줬다.

그가 운영하는 병원에선 지금까지 1만500건의 코로나19 검사 확인서를 발급했는데, 이중 4200건만 실제로 검사가 이뤄졌다. 나머지는 검사를 하지도 않고 내준 가짜 확인서였다. 이 음성 확인서는 주로 이주 노동자가 외국 입국 과정에서 증빙 서류를 제출할 때 사용된다.

병원장인 샤헤드는 이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도 경찰의 수사망을 9일이나 피해 다녔다. 15일 그는 국경에서 인도로 넘어가려다 붙잡혔다. 체포 당시 그는 부르카(얼굴을 검은 천으로 가리는 이슬람 의상)를 입고 있었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여장을 한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선 이같은 가짜 코로나 음성 증명서 발급이 잇따라 행해지고 있다. 지난 며칠간 관련 범죄로 경찰에 체포된 이들은 10여 명에 이른다. 방글라데시에서 저명한 의사 부부도 가짜 확인서 수천 장을 발급해줬다가 체포됐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단체인 OKUP의 샤키룰 이슬람은 “이탈리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방글라데시인 중 일부는 방글라데시에서 발급된 음성 확인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가짜 확인서를 내고 이탈리아에 취업이 돼 왔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탈리아는 지난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출발하는 로마행 항공편 운항을 중지했다.

방글라데시의 코로나19 사태는 악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확진자는 19만3590명(누적 사망자 2457명)으로 전날보다 3533명 증가했다. 인구 약 1억6800만명인 방글라데시에서 하루 평균 이뤄지는 코로나19 검사는 1만3000~1만7000건에 불과하다고 CNN은 전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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