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식품에서 '질병 치료제'로 탈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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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는 지난해 말 유전자를 조작해 항암 달걀을 낳는 암탉 '브리트니' 를 만들었다.

항암 달걀 한 개에는 1g에 수백만원씩 하는 항암제 원료인 특수 단백질 약 0.1g이 들어 있다. 이 닭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연간 2백50개 정도의 알은 '황금알' 인 셈이다.

식품에서 항암제까지….

흔한 반찬거리로만 보이는 달걀이 첨단과학의 힘을 빌려 기능성 식품으로, 의약품으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에게 영양을 공급할뿐 아니라 병을 예방하거나 낫게 하는 데까지 그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 기술의 발전 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설사.위염을 치료하고 충치를 예방할 수 있는 달걀이 지난해 말 개발돼 팔리고있다.

조만간 항생제 대신 말린 계란 분말을 양식 어류에 먹여 질병에 의한 폐사를 거의 없앨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식품개발연구원(http://www.kfri.re.kr)과 가농바이오(02-3436-6790) .에그바이오텍(http://www.eggbiotech.co.kr).씨트리(http://www.ctracto.co.kr) 등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치료용 달걀의 개발과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 암탉에 백신 주사〓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균으로 백신을 만들어 암탉에 주사, 달걀에도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원리.

소아마비 백신주사를 맞으면 면역력이 생겨 이 병에 걸리지 않는 것과 같다.

충치예방용 달걀의 경우 충치를 일으키는 연쇄상구균 백신을 암탉에 주사하면 한달 뒤쯤부터 면역(항체) 이 생긴 달걀을 얻는다.

개발도상국에서 연간 수백만 영.유아의 생명을 앗아가는 '로토바이러스 감염 설사' 도 하루에 달걀 2~3개를 먹으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항암 달걀의 경우 유전자 변형식품처럼 암탉의 유전자 구조를 아예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항체는 대부분 토끼 등 동물에 백신을 주사해 얻었으나 양이 적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 완벽한 생명의 원천〓달걀은 외부의 영양 공급 없이도 적절한 온도만 유지되면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 낸다.

그만큼 달걀 안에는 생명 발아에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생명공학적으로 응용이 활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초 일본 도쿄여의대 의용공학연구소에서는 달걀에서 닭의 심장 근육세포를 추출해 심근 시트(세포의 얇은 층) 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장기 생산에도 달걀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의 유익종 박사는 "달걀은 바이오기술 발전에 힘입어 식품뿐 아니라 치료제 생산 등의 도구로 그 응용범위가 급속하게 확대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사실 일반 달걀에도 다양한 약효성분이 들어 있어 이미 각종 약.화장품.식품에 첨가물로 사용된다.

흰자에 들어 있는 라이소자임이라는 물질은 식품 부패를 더디게 하고 어린이들의 장내 감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노른자에 들어 있는 레시틴은 치질치료약.연고.정맥주사제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피혁 유연제나 인쇄 잉크 등에도 달걀 추출물이 들어간다.

알 껍질은 칼슘 보충제.치약.고무제조에, 얇은 막은 크림이나 소세지 포장제 등으로 이용된다.

보통 달걀은 세웠을 경우 3.61~5.20㎏의 무게를 버틸 수 있다. 알 크기에는 상관없이 껍질이 두꺼울수록 무게에 더 잘 견딘다.

삶은 달걀을 먹으면 위에서 3시간15분, 반숙은 1시간30분, 후라이는 2시간30분을 각각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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