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페스 피부암 치료에 효험

중앙일보

입력

입 주변에 수포(水疱)가 생기게 하는 헤르페스(포진.疱疹) 바이러스가 중증 피부암 치료에 효험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급성 바이러스 감염증의 하나인 단순포진(單純疱疹)은 감기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흔히 알려져 있는데, 조사결과 건강한 세포보다 암세포 내에서 급속히 바이러스를 재생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글래스고 대학 연구팀은 5명의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유전자변형체를 종양부위에 투여, 피부암 환자들이 부작용없이 치유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2명에게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유전자변형체를 1회 투여하고 다른 2명에게는 2회 그리고 나머지 1명에게는 4회를 투여했다.

그 결과 2회 이상 투여한 환자 3명에게서 이 바이러스가 주변 조직을 전혀 침해하지 않고 암세포만을 죽인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각각 다른 부위의 종양에 4회 투여했던 환자의 경우 암세포가 죽어 각각의 종양이 진정되
는 현상이 발견됐다.

이번 연구를 주도했던 로나 맥키에 교수는 이번 실험결과가 고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연구가 초기단계에 불과하므로 10년 후에나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맥키에 교수는 또 포진 치료법이 미래에 수술 대체요법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며 다음 연구는 피부암 환자 치료에 적합한 복용량을 알아내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종양에 포진 바이러스를 투입했을 경우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종양이 간에 전이됐을 경우 이 방법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암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결과가 피부암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어디까지나 초기 연구결과이므로 환자들에게 큰 기대감을 갖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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