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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차에 아이 부딪혀…민식이법 합의금 100만원 진실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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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문철TV' 캡쳐]

[유튜브 '한문철TV' 캡쳐]

 “자전거 탄 아이가 와서 박았는데 100만원 안 주면 민식이법으로 신고하겠다고 해서 70만원에 합의했습니다.”

지난 8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올라온 영상 제목이다. 지난 1일 오후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서행하다가 자전거를 탄 아이가 다가오는 걸 보고 차를 멈춰 세웠는데, 아이가 그대로 차를 들이받자 순식간에 가해자가 됐다고 주장하는 한 택시 기사의 사연이다.

택시 기사는 아이의 부모가 ‘민식이법’을 거론하며 합의금 100만원을 요구해서 결국 70만원을 줬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민식이법(개정 도로교통법ㆍ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쿨존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제보자인 택시 기사는 “제 차에도 살짝 기스가 났지만 어쨌든 아이가 제 차에 부딪혔으므로 처음에는 제가 먼저 치료비 명목으로 30만원 정도 주려고 했다”며 “아이 부모가 ‘민식이법’으로 합의금 100만원을 안 주면 합의를 안 하겠다고 하길래 부당한 것 같아서 경찰서에 갔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이 민식이법은 (적용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로 말했고, 보험처리보다는 적은 70만원 정도로 서로 합의보는 게 유리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며 “저는 자전거를 보고 속도를 줄이다 섰는데 아이가 갑자기 잘 가다가 제 차 쪽으로 핸들을 꺾어와서 박은 것이기도 하고 작은 상해도 없는 걸로 보였는데 제가 치료비 명목으로 70만원을 줘야하는 게 맞는건지 그게 참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한 변호사는 “민식이법은 벌금이 기본 500만원”이라며 민식이법 적용 대상이라면 100만원에 합의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사고 영상을 꼼꼼히 본 후 “운전자는 잘못이 1도 없다”며 “차 흠집 난 걸 아이 부모가 물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아이가 일부러 박은 건 아니겠지만 부모가 합의금으로 70만원을 받은 건 아니다”라며 “개인택시 하시는 분들 70만원 벌려면 일주일 내내 일해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부 초등학생들이 주행 중인 차에 다가가 운전자를 겁먹게 하는 일명 ‘민식이법 놀이’를 즐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유튜브 보니까 민식이법 놀이라고 차를 따라가서 만지면 돈을 준다는데 한 번 하면 얼마 받을 수 있느냐. 용돈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아이의 부모는 10일 중앙일보에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다. 아이의 어머니 A씨는 “민식이법을 거론한 건 저나 아이 아빠가 아니고 현장에 있던 어른들”이라며 “택시 기사가 아이가 괜찮은지부터 살피지 않고 다그치니까 ‘여기는 스쿨존이고 민식이법도 있는데 너무하신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응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100만원을 요구했다는 것도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저희는 처음부터 보험 처리를 하자고 했는데 택시 기사분이 인사 사고로 보험처리하면 택시업에 불리하고 보험금이 많이 올라가니 먼저 합의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30만원에 합의하자고 저희한테 얘기한 적도 없고 본인이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있는 저희 대신 친척이 택시 기사에게 전화했더니 ‘얼마면 합의해주겠냐’고 묻기에 100만원을 얘기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택시 기사가 경찰을 찾아갔다기에 마음이 바뀌어 보험 처리를 하려고 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고, 경찰 중재로 70만원에 합의하자기에 ‘알겠다’고 한 것뿐”이라며 “처음부터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괜찮은지 살피고 보험처리를 했더라면 깔끔했을 텐데 합의를 요구해놓고 뒤늦게 우리를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까지 특정돼 주변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댓글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다”며 “택시 기사를 고소하고 싶지만 혹여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수정 : 2020년 7월 10일
애초 기사는 유튜브 '한문철TV'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택시 기사 사연이 중심이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피해 아이의 부모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와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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