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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리에서 본 노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조남대의 예순에 떠나는 배낭여행(23)

23일 차, 바간 낭우⇨만달레이

어린 동자승들이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맨발로 길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 조남대]

어린 동자승들이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맨발로 길거리를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 조남대]

미얀마의 아침 풍경

아침 식사 후 7시 30분쯤 거리를 나가보니 주민들이 자기 가게 앞 길거리를 쓸고 있다. 맞은편에 보이는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빗자루로 운동장 청소에 한창이다. 등교하는 여학생들은 양 볼에 네모나게 흰 백단나무 가루를 바르고 다닌다. 머리를 깎은 동자승이 조그만 솥단지처럼 생긴 발우를 들고 맨발로 길거리를 다니는 것도 보인다.

도로 양쪽은 넓은 평원이다. 남에서 북으로 버스는 달린다. 운전석 옆자리 제일 앞에 앉아 있으니 시원하고 전망이 탁 트여 좋다. 오른쪽 뺨에 햇볕을 받으며 바간에서 만달레이를 향해 시골길을 달려간다. 1시간 30분을 달렸는데 민지안이라는 소도시를 지난다. 구글 지도를 보니 아직도 2시간 30분 정도를 더 달려야 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도로 풍경. [사진 조남대]

바간에서 만달레이로 가는 도로 풍경. [사진 조남대]

흰 소 두 마리가 끄는 우마차.[사진 조남대]

흰 소 두 마리가 끄는 우마차.[사진 조남대]

우리 9명을 태운 버스는 오는 도중에 주민들을 태워서 20인석이 거의 가득 찼다. 우리나라는 1월 중순이면 한창 추울 텐데 더위를 느끼며 여행을 하다니 한국이 겨울이라는 것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길가에는 흰 소 두 마리가 끄는 달구지도 보인다.

3시간 이상 온몸에 햇볕을 받으며 달리니 뜨겁고 덥다. 버스는 만원인 채로 달린다. 12시경 휴게소에서 20분 정도 정차를 한단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조금 쉬더니 곧 버스가 출발한다. 여기서부터는 버스가 90도로 방향을 꺾어 고속도로로 진입해 달리기 시작한다. 달리는 방향도 달라졌지만, 정오라서 그런지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시원하다. 4차선의 시멘트로 포장된 깨끗한 직선도로다. 도로의 끝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긴 일직선 도로다. 구글 지도에서 찾아보니 아직 1시간 정도 더 달려야 할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산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원이다.

우베인다리 밑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밑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일몰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풍경.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풍경. [사진 조남대]

오후 1시 20분경에 만달레이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것이다. 터미널에 내려 송태우로 갈아타니 각 숙소까지 데려준다. 여행용 가방을 방에 가져다 놓고 선희 씨와 만나기로 한 쌀국수집을 호텔에서 얻은 지도를 가지고 주소를 확인하며 찾아갔다. 점심을 먹고 만달레이에서 제일 유명한 우베인다리에 가서 일몰을 보고 오는데 1만5000 짯을 주기로 하고 자가용 택시를 탔는데 30여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우베인 다리의 낙조

수많은 사람이 벌써 다리를 건너가기도 하고 아니면 조그만 보트를 타고 일몰을 보기 위해 호수에서 기다린다. 대단한 광경이다. 타웅타만 호수를 가로지르는 1.2km의 길이로 현재 사용 중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라고 한다. 아마라푸라 시장인 우베인이 왕궁건설에 사용하고 남은 1086개 티크 기둥을 사용해 1850년에 만들었는데, 그의 이름을 따 ‘우베인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호수와 일몰이 있을 뿐인데 세계 각지에서 이렇게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매력이 있다니 부러울 뿐이다.

우베인다리의 멋진 모습.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의 멋진 모습.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위에 선 작가 부부.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위에 선 작가 부부. [사진 조남대]

철도 침목처럼 생긴 나무로 된 다리를 건너면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멋지다. 폭이 3m 정도 되는 다리를 건너는데 관광객이 많아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다. 다리를 구경하기보다는 관광객을 구경한다는 것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다리 중간쯤에 오니 조그만 섬이 있어 내려갔다. 이곳에도 관광객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다. 나무다리를 중심으로 다리 위에 있는 사람, 다리 밑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사람, 우리처럼 다리 아래 섬에서 교각 사이로 떨어지는 태양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기다란 나무다리도 일품인데 교각 사이로 저 멀리 야트막한 야산 위로 넘어가는 태양의 모습은 더욱 멋있다. 호수 위에는 수많은 보트가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떠 있다. 교각 사이로 보이는 태양은 색깔이 붉은 데다가 크기도 엄청나게 크게 보인다. 오늘처럼 크고 붉은 태양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최고의 관광 상품이다. 6시가 좀 지나자 태양은 교각 사이의 저 멀리 보이는 야산의 나무 사이로 넘어간다. 태양이 산 너머에 숨은 뒤에도 하늘은 불그스름하게 빛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몰임에도 나무다리 교각 사이로 넘어가는 태양이 이렇게 멋있다니. 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일몰을 보기 위해 몰려든다는 것도 참 대단한 광경이다. 어떤 관광객은 의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긴다. 탄성을 자아내며 일몰을 보다 해가 넘어가자 이제 하나둘 흩어진다. 관광객들이 자리를 뜨자 코코넛을 하나씩 사 갈증을 해소했다.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자 관광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우리 숙소 근방에 오자 멋진 레스토랑이 있어 들어가 아시안 치킨과 피자에 맥주 2병을 시켰다. 두 음식 모두 먹을 만하다. 3명이 시원한 미얀마 맥주를 마시니 너무 맛있다. 세 사람이 배불리 먹고 맥주까지 마셨는데 3만 짯이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대단히 저렴하다. 점심을 선희씨가 샀기 때문에 저녁은 우리가 냈다.

일행과 같이 다니니 경비가 절감된다. 택시를 타도 총금액을 N분의 1로 하니 누이 좋고 매부 좋다. 식당이 우리 숙소 근방이라 선희 씨와 함께 숙소 앞에서 헤어졌다. 선희씨 숙소는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 한다. 그런데 처녀 혼자 밤길을 가게 한다는 것이 신경 쓰이는데도 자기는 길을 잘 알기 때문에 괜찮다면서 구글 지도를 보며 찾아간다. 요즈음 젊은이는 용기 있고 거침이 없다. 대단하다.

우베인다리가 놓인 호수 중앙 섬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관광객.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가 놓인 호수 중앙 섬에서 일몰을 감상하는 관광객.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교각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태양. [사진 조남대]

우베인다리 교각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태양. [사진 조남대]

어제 아침에도 숙소에서 식사하고 산책하러 가기 위해 문을 나서는데 어떤 젊은 여자가 우리 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서 아주 반가워한다. 그래서 왜 입구에 쪼그리고 앉아 있느냐고 물으니 숙소 로비에서는 금연이라 담배를 피울 수 없어 그렇단다. 그러면서 자기는 인도에서 혼자 배낭여행을 마치고 미얀마로 건너왔단다. 우리의 젊은 시절과는 생각과 행동이 완전히 다르다. 지금 우리와 일시적으로 동행하고 있는 선희 씨도 관광지를 갈 때 인터넷을 검색해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객 카페에서 동행인을 찾아 여행을 하면 N분의1로 비용을 나누기 때문에 많이 절약할 수 있단다. 우리도 배낭여행을 다니려면 이런 것도 알아야 할 것이다. 나이 많다고 끼워 줄는지 모르겠지만….

그저께 인레호수를 관광하기 위해 낭쉐에서 저녁에 맥주 마시러 갔을 때 보았던 한국 젊은이들을 우베인 다리에서 일몰 볼 때도 만났다. 그사이 멤버가 바뀐 상태다. 관광지를 가면서 인터넷이나 숙소에서 서로 만나 동행을 하는 것이란다. 아버지 같은 나이지만 이들과 동행하게 되어 감사하고 또 고맙다.

숙소에 들어와 샤워하고 나니 많이 피곤하다. 4시간 반가량 털털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바간에서 온 데다, 쉬지도 않고 또 택시를 타고 우베인 다리 일몰을 감상한다며 한참을 돌아다니다 맥주를 마셨더니 그런 모양이다. 일지를 정리하다가 너무 피곤하여 마무리하지 못하고 잠들었다.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행정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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