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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시골마을이 ‘빵빵’ 터졌다, 146명이 만든 ‘사과팝콘 기적’

중앙일보

입력

행복농촌①충주 내포긴들마을 

행복농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중앙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진행한 '제6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우수 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20개 마을 중 충북 충주 내포긴들마을(소득·체험 은상), 전북 남원 노봉마을(문화·복지 입선), 경남 거창 빙기실마을(소득·체험 금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세 마을 모두 여름에 놀러 가기 좋은 마을입니다.

충북 충주 내포긴들마을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기 좋은 농촌이다. 팝콘 만들기, 민물고기 잡기, 농산물 수확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최승표 기자

충북 충주 내포긴들마을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기 좋은 농촌이다. 팝콘 만들기, 민물고기 잡기, 농산물 수확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최승표 기자

내포마을? 충남도청이 자리한 홍성군 내포신도시가 아니다. 충북 충주 서쪽 귀퉁이에 자리한 농촌이다. 충주의 대표 관광지인 수안보 온천지구나 충주호에서도 한참 떨어진 벽촌이다. 73가구, 주민 146명이 사는 작은 마을인데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희귀한 국산 팝콘을 만들고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서다. 지난 2일 마을을 찾아갔다.

팝콘 마을로 거듭난 사연

내포긴들마을 잔디밭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최승표 기자

내포긴들마을 잔디밭에서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최승표 기자

충주 신니면 문숭리는 예부터 ‘내포마을’로 불리었다. 물가 안쪽에 자리한 마을이란 뜻이다. 요도천을 따라 들이 길게 뻗어 있어서 ‘긴들’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내포긴들마을이다. 위성 지도를 보면 정말 그렇다. 마을 앞 신덕저수지부터 남한강 줄기인 달천까지, 약 20㎞ 가까이 산 사이로 들이 뻗어 있다.

기름진 땅에서는 좋은 쌀이 났다. 그러나 벼농사만으로는 미래가 불투명했다. 변화가 절실하던 때, 주민들은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팝콘용 ‘오륜 옥수수’를 주목했다. 우리가 먹는 팝콘의 99%가 수입산이고, 그중 상당수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이다. 건강한 국산 팝콘이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서울서 살던 마을 출신 손병용(50)씨가 귀농하면서 총대를 멨다. 2012년 문숭리 이장이 된 손씨는 2013년 내포긴들 영농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2314㎡(700평) 면적의 공동 경작지를 마련해 옥수수를 심기 시작했다.

내포긴들마을의 자랑은 국산 옥수수로 만든 팝콘이다. 직접 재배한 오륜 옥수수여서 믿고 먹을 수 있다. [사진 내포긴들 영농조합]

내포긴들마을의 자랑은 국산 옥수수로 만든 팝콘이다. 직접 재배한 오륜 옥수수여서 믿고 먹을 수 있다. [사진 내포긴들 영농조합]

뻔한 팝콘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짜고 기름진 외국 팝콘, 단맛이 너무 강한 캐러멜 팝콘과는 달라야 했다. 충주 하면 사과 아닌가. 손 이장이 재배하던 사과를 활용했다. 팝콘에 사과 발효액을 버무려 상품화했다. 꾸준히 판매량이 늘더니 2017년에는 농식품 아이디어 대상을 거머쥐었다. 지금은 옥수수 계약 재배지 면적만 1만9834㎡(6000평)에 달하고 팝콘 공장까지 가동한다.

꽃차 만들고 고택서 하룻밤

내포긴들마을이 주목을 받은 건 단지 독특한 팝콘을 만들어서만이 아니다. 체험마을로 소문이 나면서 별 특색 없어 보이는 마을에 전국에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만 약 7000명이 마을을 찾았다.

손병용 이장이 고택 정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과 팝콘을 만드는 모습. 펑펑 터지는 팝콘을 만들어보면 아이도 어른도 모두 신난다. 최승표 기자

손병용 이장이 고택 정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과 팝콘을 만드는 모습. 펑펑 터지는 팝콘을 만들어보면 아이도 어른도 모두 신난다. 최승표 기자

마을이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역시 ‘팝콘 만들기’가 제일 인기다. 달군 프라이팬에 야자유와 버터, 소금을 붓고 오륜 옥수수를 넣으면 1분 만에 팝콘이 완성된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한 장면처럼 아이들 모두가 신기한 눈빛으로 펑펑 터지는 팝콘을 구경한다. 사과발효액을 부어 버무리면 새콤달콤한 사과팝콘이 완성된다.

사과와 옥수수. 흔하디 흔한 농산물이지만 내포긴들마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해 사과팝콘을 만들었다. 최승표 기자

사과와 옥수수. 흔하디 흔한 농산물이지만 내포긴들마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휘해 사과팝콘을 만들었다. 최승표 기자

계절에 따라 민물고기 잡기, 새송이버섯 따기, 농산물 수확 체험도 즐긴다. 꽃차 만들기도 인기다.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윤용철 사무국장이 꽃을 덖고 차 우리는 요령을 알려준다. 사실 별다른 체험 프로그램을 안 해도 아이들은 잔디 운동장에서 뛰놀고 90년 묵은 고택을 구경하며 신나게 논다. 마을 앞 야생화 핀 개울을 따라 걸으며 ‘긴 들’ 풍경을 감상하면 마음이 한없이 누그러진다.

꽃차 만들기 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내포긴들 영농조합]

꽃차 만들기 체험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 내포긴들 영농조합]

전국의 여느 체험마을과 달리 내포긴들마을에는 견학 오는 이들이 유독 많다. 성공적인 마을기업, 체험마을을 일구고 연 소득 3억6000만원(2019년)을 올린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다. 손 이장은 “문화·인물·자원 등 무엇도 내세울 것 없는 마을인데 주민이 똘똘 뭉쳐 일군 기적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충주 내포긴들마을까지는 123㎞, 자동차로 2시간 거리다. 탄금호 조정경기장, 문성자연휴양림이 마을에서 가깝다. 팝콘 만들기, 꽃차 만들기 등 체험 2개와 점심 한 끼를 합해 2만원이다. 코로나 탓에 오전, 오후 각각 체험객 스무명만 받고 있다. 고택 숙박은 1박 15만원. 정원이 10명인데 여름엔 20명까지 받는다. 마루에서 모기장 텐트를 치고 잔다.

충주=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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