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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 4단체, 정부 첩약 급여화 추진에 “첩약의 유효성, 안전성 입증 우선돼야”

중앙일보

입력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와 대한약사회 등 의약 4단체는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버텍스코리아 22층 중회의장에서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와 대한약사회 등 의약 4단체는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버텍스코리아 22층 중회의장에서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의약계 4개 단체가 정부의 첩약 급여화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첩약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먼저 입증돼야 한다”면서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와 대한약사회 등 의약 4단체는 8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버텍스코리아 22층 중회의장에서 ‘첩약 급여화, 선결과제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첩약은 여러 약재를 섞은 뒤 달여 약봉지(첩)에 싼 한약을 뜻한다.

정부는 월경통(생리통)과 안면 마비(구안와사), 뇌졸중 등 3개 질병 치료에 쓰이는 첩약을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10월부터 3년간 매년 500억 원이 들어갈 전망이다.
4개 의약 단체는 이날 정책간담회에서 “첩약의 유효성과 안전성 입증이 급여화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은 이형기 서울대 임상약리학 교수는 “의약품 급여화를 결정하기 위해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임상적 유용성, 급여 기준, 비용 효과성, 급여 적정성 등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첩약의 경우 현재 규제가 느슨하고 비과학적인 제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안전성, 유효성 심사 대상 면제 기준을 보면 한약서에 나온 처방에 해당하는 품목은 심사를 받지 않는다. 한약서는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등이다.

이 교수는 “동의보감 탕약서례(약 달이는 법) 보면 ‘짐작하여 넣고 약한 불에 일정한 양이 되게 달여라’ 한다”며 “짐작하여 넣는 양을 얼마고, 약한 불은 뭐고 일정한 양은 얼마인가”라며 “모든 의약품의 유효성, 안전성을 평가하려면 우선 제품의 품질, 규격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욱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첩약은 개별 약제, 처방, 조제, 투약후 단계에 있어 의약품과 동일한 안전성, 유효성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며 “의과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말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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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이 자리는 한의학을 폄훼하는 자리는 아니다”며 “한의학이 과학화돼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하는 말”이라고 했다.

주명수 대한의학회 보험이사는 “제조 과정상 문제점, 시판 후 부작용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한약제 자체 독성과 재배·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 관리, 현대 의약품과 상호작용 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화만 진행하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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