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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퇴임 이해찬 회고록 쓴다…"상왕정치설 불식 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다음 달 2년 임기를 마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고록을 준비한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민주당이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이후 32년간의 공직생활을 접고 ‘인생 2막’을 회고록 집필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2022년 출간을 목표로 한 회고록에는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에 맞선 학생운동, 1980년대 재야 민주화운동, 1988년 이후 시작한 정치인의 삶 등 그가 온몸으로 경험한 50년의 한국 현대 정치사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사와 관련, “바로잡아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마련한 사무실과 한강 건너 마포에 마련한 거처를 오가며 당분간 회고록 집필에 전념할 예정이다. 당 관계자는 “회고록을 쓰겠다는 생각은 2년 전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갖고 있었다”며 “자신의 경험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역사적 기록으로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가 2년 전 당 대표 당선 직후 일성이 민주당의 ‘20년 재집권론’이었던 만큼, 향후 재집권을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회고록에 제시할지도 관심거리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현실 정치에 완전히 손을 떼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 대표는 향후 당 정책의 핵심 기구가 될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직접 위원장까지 맡았다. 8월 전당대회 이후에는 신임 당 대표가 당연직 위원장을 이어받지만, 산하 본부장에 조정식 정책위의장과 이광재·김성환 의원 등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했다. 이 대표는 또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으로서 각종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남북 간 민간교류·협력사업을 발굴하는 데도 힘쓸 전망이다. 그는 올 초 “희망 사항으로는 평양대표부 대표로 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노무현재단 유튜브)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이광재·한정애 의원, 이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조승래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환·이광재·한정애 의원, 이 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조승래 의원. [연합뉴스]

임기 말이지만 이따금 전해지는 이 대표의 ‘함구령’은 당내 그의 리더십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180석의 압승으로 끝난 4·15 총선 직후 이 대표는 개헌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고, 21대 국회 출범 직전 터진 ‘윤미향 사태’ 때도 그는 당 소속 의원과 구성원들에게 공개 발언을 삼가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10월 ‘조국 사태’ 이후에도 “여당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거나 지난 3일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고 말했던 것처럼, 필요할 땐 본인이 직접 나서 고개를 숙였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옆에 앉은 최고위원들의 돌출 발언에도 늘 이 대표가 중심을 잡지 않았느냐”며 “이번 당 지도부는 ‘이해찬 원맨쇼’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피로 누적으로 병원 신세를 졌던 이 대표는 이후 평소 즐기던 술을 끊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당 안팎의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열린우리당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한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당과 국회 요직(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유기홍 교육위원장 등)에 포진해 일각에선 “이 대표가 퇴임 후 ‘상왕정치’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측근은 “회고록 집필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상왕정치설을 불식시키려는 메시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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