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투표권 담당교사가 대리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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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장애인시설이 지자체 보궐선거에서 인지능력이 있는 장애인의 투표권을 담당교사가 대신 행사한 사실이 밝혀져 검찰 등이 수사에 나섰다.

대전시 서구 장안동 사회복지법인 `한마음'(이사장 유광운) 소속 한몸요양원(원장 유광협) 수용자인 조영일(24.신체장애 1급) 씨는 14일 "지난 10월 대전 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투표를 하지도 않았는데 투표를 한 것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번 선거에서는 누가 출마했는지도 모르며 부재자 투표를 신청한 적도 없다"며 "선거 며칠뒤 한 직원이 투표여부를 묻길래 `안했다'고 대답했더니 투표인명부에 올라있더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대전 서구선관위 '부재자 투표 현황'에 등록번호 48번을 받은 조씨의 투표지가 기성동 2투표구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 조씨의 주장이 사실임이 밝혀졌다.

이 시설에는 조씨 이외에도 시각장애인 이모씨 등 10여명도 투표할 의사가 없어 부재자 투표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는 데도 서류상 투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조씨 담당교사 유 모(25.여) 씨는 "다른 중증 장애인과 함께 투표를 하다보니 경황이 없어 별다른 뜻없이 대리 투표를 하게 됐다"며 "고의로 조씨의 투표권을 대신하려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유 원장은 "중증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부재자 투표를 실시하다보니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발생한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장애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려했을 뿐 조직적으로 개입했거나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한몸요양원은 중증 장애인들이 요양치료를 받는 사회시설로 정신지체, 신체장애등 복합 장애인 60명이 요양.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번 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11명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대전=연합뉴스) 한승호.윤석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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