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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로 변해버린 교회…클럽처럼 ‘고위험 시설’ 지정되나

중앙일보

입력

28일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27명 발생한 관악구 왕성교회엔 폐쇄명령서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28일 코로나19 누적확진자가 27명 발생한 관악구 왕성교회엔 폐쇄명령서가 붙어있다. 김지아 기자

'귀 시설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폐쇄 조치를 명령합니다.'

일요일인 28일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 문 앞에는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오전 9시 30분 정규 예배가 열릴 시간이었지만 이 교회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교회 안에 있던 한 관계자는 ‘예배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양팔로 엑스자(X)를 만들어 보였다. 이 교회 교인들이 잇따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28일 오후 2시 기준 왕성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27명이다. 왕성교회의 등록 교인은 약 1700명으로 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왕성교회, 임시 선별진료소로 운영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검체 채취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검체 채취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지난 24~27일 왕성교회 지하주차장은 임시 선별진료소로 운영됐다. 교회 교인 1700여명을 비롯해 교인 가족 등을 포함한 관계자 1800여명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길요나 왕성교회 담임목사는 “국민께 심려와 근심을 끼쳐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관악구는 추가 집단감염을 막고자 관악구기독교총연합회, 관악구교구 협의회와 협의해 교인이 100명이 넘는 지역 내 대형교회 110곳의 오프라인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교인 5000여명 교회, 오프라인 예배 중단

신도가 약 5000여명인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는 코로나19확산을 막기위해 교회 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오프라인 예배를 하지 않고 있다. 김지아 기자

신도가 약 5000여명인 서울 관악구 큰은혜교회는 코로나19확산을 막기위해 교회 시설 출입을 제한하고 오프라인 예배를 하지 않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이날 관악구 소재 다른 교회들에선 구청의 권고안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등록 교인이 5000여명인 관악구 큰은혜교회는 이날 오프라인 예배를 하지 않고 온라인 예배만 진행했다. 교회 외관 곳곳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당분간 모든 교회 시설의 출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교회 등록 성도 외 다른 분들의 출입을 제한한다’ 등의 문구가 붙어있었다. 큰은혜교회 관계자는 “목사·전도사 등 목회자와 반주자, 방송인력 등 온라인 교회에 필요한 인원만 나오고 일반교인들은 아예 교회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교회들은 방역수칙을 준수한 상태에서 오프라인 예배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관악구 서울순복음교회 입구엔 체온기와 손소독제, 마스크, 비닐장갑 등이 비치돼 있었다. 교회 관계자들은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고, 등록 교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교회 관계자는 “코로나19확산 이후 실제 방문하는 교인은 약 100명 정도고, 1.5m씩 거리를 띄워 앉도록 하고 있다”며 “3월부터 식사제공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예배보단 소모임이 문제”

관악구 서울순복음교회에선 입장시 발열체크, 손소독, 명단작성 등을 해야한다. 김지아 기자

관악구 서울순복음교회에선 입장시 발열체크, 손소독, 명단작성 등을 해야한다. 김지아 기자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양 주영광교회, 수원 중앙침례교회 등 교회 관련 확진자가 지속해서 발생하자 종교시설을 코로나19 고위험 시설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종교시설이 고위험시설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검토가 필요한 단계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정부는 클럽, 노래연습장, 물류센터 등 11곳을 고위험시설로 지정했다. 고위험 시설로 지정될 경우 운영을 최대한 자제하고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작성을 해야 한다.

교회 예배 자체보다는 교회 내 소모임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한 기독교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여의도순복음교회, 강남 사랑의교회 등 대형 교회들은 예배 시 거리 두기, 발열 체크 등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구역예배, 청년 모임 등 교회 밖에서 소규모로 이뤄지는 활동들을 자제하도록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왕성교회 첫 확진자인 관악 90번 환자는 지난 18일 성가대 연습모임에 참여하고 19~20일 안산시 대부도에서 열린 교회 MT에 참석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만큼 8월 휴가철을 지나면 2차 대규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시설만 땜질식으로 운영을 막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다시금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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