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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집단폭행 태권도 유단자들…"발차기는 살인죄, 징역9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태권도 유단자 3명이 살인죄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태권도 전공 3명…징역 9년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부장 박상구)는 25일 태권도 4단으로 대학에서 태권도를 전공하던 김모(21)씨·이모(21)씨·오모(21)씨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혐의는 살인이다. 이들은 지난 1월 1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 앞에서 한 남성을 폭행했다. 발로 머리를 때렸고, 피해자 A씨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서울의 한 클럽.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중앙포토

서울의 한 클럽.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중앙포토

재판부는 “국가대표를 목표로 태권도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각종 태권도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발차기의 타격 강도와 위험성은 일반인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피해자의 머리를 발로 가격하였으므로 피해자가 입을 충격이 시합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인식할 수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 "사망 위험성 알고 때렸다" 

선고 전까지 열린 4번의 공판 내내 검찰과 변호인 측은 치열하게 다퉜다. 김씨 등 3명이 A씨의 사망을 예상하거나 의도했는지가 쟁점이었다. 살인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인식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하기로 공모하지는 않았다고 해도 폭행 당시에는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A씨가 사망해 상해치사는 인정할 수 있지만, 의도하거나 예상하지 못해 살인죄는 무죄가 맞다”는 피고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형법상 살인은 5년 이상 유기징역, 상해치사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서울동부지법. 서울동부지법 홈페이지 캡처

서울동부지법. 서울동부지법 홈페이지 캡처

CC(폐쇄회로)TV에 폭행장면이 찍히지 않았지만, 이들이 A씨를 상가 안으로 끌고 간 뒤 다시 나오기까지는 1분여 정도가 걸렸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김씨 등 3명이 A씨를 때린 시간은 약 40초라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동일한 CCTV를 본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폭행이 시작된 지 40초도 되지 않았음에도 A씨가 의식을 잃고 그대로 사망한 것을 볼 때 급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폭행이 1분 내의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었고, 머리 부위를 때린 건 마지막 한 대뿐이다”고 맞섰다.

1분 미만 폭행 시간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나왔지만, 재판부는 “폭행 시간이 짧고 폭행 횟수가 많지 않다는 점만으로 위험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짧은 시간 동안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근거”라고 했다. 이어 “찰나의 순간에 타격을 주고받는 태권도 선수들은 타격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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