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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꽁꽁' 기업인만 '동동'…일본 진출기업 95.7% “사업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일본 입국제한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한 일본 입국제한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요즘 답답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한국산은 중국산보다 가격대비 품질이 좋아 꾸준히 일정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는데 최근 들어 부쩍 중국 제품이 수요를 대체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A대표는 “일본 고객들이 제품 검토를 할 때 한국산을 암묵적으로 기피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며 “회사 내에서 해결책도 없고 속이 탄다”고 말했다.

하반기까지 입국제한시 한국기업 99%가 “어렵다”

얼어붙은 한국과 일본 관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입국제한까지 겹치면서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따르면 주일한국기업의 95.7%가 한일 간 상호 입국제한 조치로 사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22일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일본은 지난 4월3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한국도 일본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와 비자 효력을 정지하는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사업에 불편을 주는 분야로는 ‘사업현장 방문 및 관리의 어려움’이 44.9%로 가장 많았고 ‘기존 거래처와 커뮤니케이션 곤란(13.5%)’ ‘전문인력의 교류 어려움(13.5%)’이 뒤를 이었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급한대로 ‘화상회의 등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확대했다(38.3%)’는 기업이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31.9%)’는 답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기업 4곳 중 3곳(77%)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99%의 기업은 하반기에도 상호 입국제한 조치가 지속된다면 비즈니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 정부간 제재 완화 노력 절실 

일본 내 사업이 어려워진 건 코로나19에 앞서 지난해 7월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은 영향이 크다. 주일한국기업 3곳 중 2곳(69.1%) 이상은 한일 상호간 수출규제 이후 일본 내 사업 환경이 이전에 비해 악화됐다고 답했다. 이는 ‘영향 없음’이라는 응답(30.9%)의 두 배 이상인데다 ‘호전됐다’는 답은 아예 없었다. 수출규제가 현지진출 기업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한일관계 악화에도 일본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로는 ‘일본시장(수요)의 중요성’이라는 응답이 4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일관계에도 불구하고 수익창출 가능’이 39.4%로 뒤를 이었다. 당장의 양국관계 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입장에선 일본 시장의 장기적 중요성을 포기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현지 진출 기업들은 지금 상황에서 사업 애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패스트트랙 수준으로 기업인의 입국제한 완화가 필요하다(43.6%)’는 호소했다. 특히 ▶우호관계를 어렵게 하는 정치적 발언이나 보도를 자제하고 ▶한일 간 수출규제를 개선하며 ▶한일 간 물류·운송 등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양국이 상호입국제한 완화와 관계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일관계 악화에도 기업인들이 일본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제계 차원에서도 원활한 사업지속을 위해 일본 경제계와 교류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올해 하반기 주한일본대사를 초청한 회원기업 간담회를 준비하고 있고, 일본 게이단렌과 오는 11월6일 아시아 역내 민간 경제단체들의 모임인 ‘아시아 비즈니스 서밋’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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