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등 서 봉사활동 '나눔의 모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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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삼상리 한국보육원은 매달 첫 일요일이 되면 아연 활기에 넘친다. '나눔의 모임' 형.누나.언니들이 찾아오는 날이다. 지난 3일에도 회원 8명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서슴없이 달려와 "목마를 태워달라" 고 조른다. "축구를 하자" 며 소매도 끈다. 이들은 일기예보와 달리 화창한 초겨울을 모두가 동심이 돼 뛰놀았다.

나눔의 모임은 1997년 12월 '모두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자' 는 목표 아래 발족, 호텔 요리사, 퀵서비스 배달원, 회사원,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인들이 '나누미' 로 참여하고 있다.

천리안.유니텔.하이텔 등 PC통신에 동호회 사이트도 개설했다. 활동 회원은 현재 1백여명. 이들은 서울.경기 일대의 보육원.장애인시설.치매노인시설 등 18곳을 매달 방문한다.

시설마다 10명 남짓한 회원들이 전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예 주말시간을 이 모임에 기증한 '꾼' 들도 있다.

또 매달 도움이 필요한 90여 불우 가정에 '사랑의 쌀' 8백80㎏을 가져다준다. 15곳에는 밑반찬을 배달한다.

한국보육원은 나눔의 모임이 찾는 곳 중 하나다. 회원들이 도착하면 이곳 식당은 주방을 기웃거리는 어린이들로 북적인다.

서울 팔레스 호텔 요리사로 이 모임 회원인 김용현씨가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시골 식당에 호텔의 진수성찬이 마련되는 것이다.

퀵서비스 배달원 김태영씨는 오전 내내 목욕탕에서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사내아이 10명의 때를 밀었다.

나눔의 모임에서 이곳을 찾기 시작한지 1년. 보살피고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이미 한 식구가 됐다. 아이들은 떼를 쓰기도 하고, 회원들은 짐짓 타이르기도 한다.

한국보육원의 어린이들은 부모가 이혼하고,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에 굶주리다 이웃들에 의해 보내진 '고아 아닌 고아' 가 대부분이다.

이곳 교무선생 정현봉(鄭鉉烽) 씨는 "보육사 4명이 50명이 넘는 원생들을 일일히 챙겨주기가 어렵다" 면서 "나눔의 모임 사람들이 찾아주는 게 원생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올해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보다도 방문객이 줄어 어린이들이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나눔의 모임 회원들은 한결같이 "봉사한다기보다 함께 놀며 서로 빈 곳을 채워준다" 고 말했다.

나눔의 모임 총무 최혁재(崔赫載.32) 씨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들이 밝고 명랑하게 이 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의 시간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고 동참을 호소했다.
홈페이지 (http://www.nanum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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