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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 대북전단 한밤 기습살포, 북한 대응 뭘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탈북민단체가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과 군 당국이 확인에 나섰다.

박상학 “경찰추적 피해 50만장 뿌려” #파주서 띄워, 일부 홍천 야산서 발견 #통일부 “북한까진 안 갔다”면서도 #“박 대표 사무실·주거지 단속하겠다” #경기도 수사 의뢰, 경찰 “신속 수사”

23일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이 단체 회원 6명은 지난 22일 오후 11~12시 사이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서 ‘6·25 참상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 장을 20개의 대형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살포했다. 대북 전단 외에 ‘진짜 용 된 나라 대한민국’ 소책자 500권과 1달러 지폐 2000장, SD카드 1000개도 함께 보냈다. 이 단체는 한밤 살포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공개했다. 앞서 이달 25일 전후로 대북 전단 100만 장을 살포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이 단체 박상학 대표는 “경찰 추적을 피하느라 대북 전단 살포에 능숙하지 않은 회원들을 교육해 전단을 보냈다”며 “수소가스를 구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비싼 헬륨가스를 사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현 정권이) 잔인한 가해자에겐 비굴하면서 약자인 탈북민에겐 입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하고 있다. 여기가 서울인가 평양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띄운 풍선 중 하나가 23일 오전 강원도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 발견됐다. 하천 인근의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풍선과 전단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박 대표의 주장과 달리 북측 지역으로 이동한 전단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대형 풍선 20개를 이용해 전단 50만 장을 살포했다는 박 대표 측 주장은 정황상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와 경찰에 따르면 박 대표 측의 준비 물자 구매내역, 22~23일 풍향, 경찰의 수소가스 압수 조치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풍선 한 개를 부양할 헬륨가스만 확보했기 때문에 홍천에서 발견된 풍선 외에 북측 지역으로 이동한 풍선과 전단은 없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그러면서도 “관계기관은 박상학 대표 측 사무실·주거지에 대해 강력하게 단속할 것이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순교자의 소리·큰샘·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 등 4개 대북 전단 살포 단체를 사기, 자금유용 등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과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이들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북한 인권활동으로 위장해 비용을 후원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체의 돈벌이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고 후원금 용처가 불분명해 횡령과 유용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또 통일부와 서울시에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3개 단체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 취소와 수사의뢰, 고발 등을 요청했다. 경찰은 신속하게 수사할 입장이라고 한다.

이 같은 정부·지자체의 강력 대응 입장은 북한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최근 각종 매체를 통해 지난 주말 대남 전단 1200만 장과 풍선 3000개를 준비했으며 곧 살포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전단 살포로 북한이 조만간 맞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대처가 한계를 노출하면서 남북한이 삐라 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북한은 23일 오후 현재까지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용수·심석용·최모란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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