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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도 상상인 사건 관계자도 "기소여부, 외부인에 묻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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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뉴스1]

대검찰청.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신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옳은지 시민이 판단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채널A 기자와 상상인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변호사는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제도들이 활성화하면서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가 견제받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신라젠 사건의 취재 협조를 압박했다는 혐의를 받는 채널A 이모 기자 사건을 자문단에 회부하기로 19일 결정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아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와 함께 구속된 박모 변호사의 요청은 현재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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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단은 중요 사안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하기 위해 검찰총장이 소집하는 대검 산하 심의기구로 사건 관계자가 직접 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일은 이례적이다. 그런데 최근 연이어 자문단 소집 요청이 들어온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확실히 예전보다 수사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수사를 통해 죄가 있다고 판단되면 재판에 넘기는 이유를 공소장에만 담으면 됐다. 하지만 수사심의위나 자문단이 소집되면 외부 인사들에게 왜 기소해야 하는지 설명하는 단계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특히 이 부회장 사건을 계기로 수사심의위 제도가 널리 알려지면서 활용 빈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부회장 사건 수사팀 관계자는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토로한다. 수사심의위 전 단계인 부의위원회를 위해 검찰은 1년 8개이 걸린 약 20만쪽의 수사 자료를 30쪽 이내 의견서로 정리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수사심의위에서는 30분의 구두 발표도 진행해야 한다. 이 부회장 사건 담당인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수사부장은 PPT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단 구성과 절차는 비공개지만 수사팀 입장에서는 역시 신경 쓰이는 일이다.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비리 수사 외압 의혹 사건에서 수사단은 당시 검사장 두 명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자문단의 불기소 권고에 따라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 때문인지 채널A 사건과 상상인 사건 수사팀도 아직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은 만큼 자문단 소집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견제 제도가 불필요한 사법 비용만 늘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민(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권고적 효력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검찰이 이 부회장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고 종결할 리가 없다”며 “결론은 뻔한데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의 사법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최고”라며 “쓸데없는 사법 비용 증가로 한국의 사법 체계가 세계적인 비효율의 대명사로 등극할까 두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시민에 의한 검찰 견제 제도가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차장급 검사는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검사가 동의할 것”이라며 “그 권한을 경찰이나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에 주는 것보다 시민이 개입해 견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개혁을 위해 계속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만들어진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lee.gayou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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