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 폭격기, 일주일 만에 美 랩터와 또 대치…영상 보니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전날 오후 알래스카 상공에서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와의 근접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국방부]

러시아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전날 오후 알래스카 상공에서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와의 근접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국방부]

러시아의 핵 전략폭격기가 또다시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들어서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출격했다. 지난 10일 알래스카 상공서 대치 후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서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에 따르면 러시아 군용 항공기의 북미 ADIZ 진입은 올 들어 8번째다.

"트럼프 정치적 위기에 주변국들 시험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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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NORAD는 전날 저녁 F-22랩터를 긴급 발진시켜 알래스카 ADIZ에 들어선 러시아 폭격기를 차단 비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트폴례프(Tu)-95 폭격기는 2대씩 편대를 이뤄 두 차례 알래스카 해안으로부터 32해리(약 58㎞) 이내 상공에 나타났다. 첫 번째 비행에서는 Tu-95 폭격기 두 대와 Su-35 전투기 두 대가 이들을 지원하는 A-50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함께 했다. 두 번째 비행에서는 Tu-95 두 대가 A-50 한 대와 함께 알래스카 상공을 비행했다. 이들은 다만 미국 영공을 침범하지는 않았다.

미국도 KC-135 공중급유기와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지원을 받는 F-22 등 총 8대의 군용기를 급발진시켰다. 양측이 공개한 영상과 사진에 따르면 F-22는 Tu-95에 바짝 붙어 비행을 하다 Tu-95가 ADIZ를 벗어남에 따라 기수를 돌렸다.

러시아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전날 오후 알래스카 상공에서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의 근접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국방부]

러시아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전날 오후 알래스카 상공에서 미국 스텔스 전투기 F-22랩터의 근접 비행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국방부]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의 비행과 관련, Tu-95 폭격기 4대가 오호츠크해·베링해·축치해·북태평양 상공에서 11시간 동안 임무 수행을 위해 비행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 트위터를 통해 F-22랩터가 근접 비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미공군(USAirforce)을 해시태그로 달았다. 러시아국방부는 자국의 모든 군용기가 국제 규범을 철저히 준수하는 가운데 비행을 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군용기의 잦은 도발은 미군을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 5월 26일에는 동지중해에서도 일촉즉발 상황을 연출했다. 임무를 수행 중이던 미국의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에 러시아 Su-35 플랭커-E 전투기 2대가 바짝 다가와 65분간 위협 비행을 한 일이다.

이 사건은 미군 아프리카사령부(AFRICOM)가 러시아가 리비아 내전에 전투기를 보냈다고 폭로한 뒤 일어났다. 미 해군은 관련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가 지난 두 달간 세 차례에 걸쳐 이런 식의 위협비행을 했다고 밝혔다.

美 매체들 "러, 악재 휩사인 미국 군사력 테스트"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날 알래스카 상공 모습. 러시아 트폴례프(Tu)-95 폭격기(위)에 미국 F-22랩터 근접해 미 방공식별구역(ADIZ)을 방어하고 있다. [MORAD 트위터]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17일(현지시간) 공개한 전날 알래스카 상공 모습. 러시아 트폴례프(Tu)-95 폭격기(위)에 미국 F-22랩터 근접해 미 방공식별구역(ADIZ)을 방어하고 있다. [MORAD 트위터]

지난 1일 뉴욕타임스(NYT)는 '경쟁국들이 미국의 군사력을 시험하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력 사용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군용기의 잦은 미국 ADIZ 진입, 동지중해 상의 위협비행 등 최근 러시아 군용기의 미군 도발 사례가 언급됐다.

이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에 놓이자 그간 비교적 조용히 지내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전하는 양상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미국과 러시아의 경쟁 국면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도 있다. 2일 워싱턴 포스트(WP)와 NYT는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미국 등 강대국의 핵무기에 대해서만 러시아 전략군(RVSN RF)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교리와 전략에서 벗어나 미국과 나토군의 재래식 무기 위협에도 핵무기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교리 및 전략을 승인했다"고 보도하며 푸틴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WP와 NYT는 추후 이 기사를 삭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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