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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에 광고ㆍ수리비 떠넘긴 애플, 공정위 처벌 대신 ‘자진시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앞에서 시민들이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과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애플스토어 앞에서 시민들이 아이폰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 뉴스1

이동통신사에 수천억원의 광고ㆍ사후 수리(AS) 비용을 떠넘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애플이 문제가 된 계약 내용을 고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애플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관련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할 시정 방안을 사업자가 스스로 제안하고 실행하는 제도다.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면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 과징금이나 검찰 고발 같은 법적 제재를 피할 수 있다.

 지난 2016년부터 공정위는 애플이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사에 광고 비용과 무상수리서비스 관련 비용을 부담하게 한 행위를 조사했다. 2년간 조사 끝에 2018년 공정위는 “이통사에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거래 조건을 설정하고, 이통사의 보조금 지급에 간섭했다”며 애플에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이후 3번의 공정위 전원회의 심의(법원의 재판에 해당)가 진행됐다.

공정위, 애플의 ‘자진 시정’ 절차 허용한 이유는

 이 과정에서 애플은 법적 제재를 받는 것보다 동의의결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판단해 공정위에 신청했다. 공정위도 사업자에 대한 법적 제재보다 자발적인 시정조치가 피해자를 더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는 판단에 애플이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동의의결 제도는 사업자의 시정 방안이 공익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따져보도록 설계돼 있다”며 “따라서 직접 피해자인 이통사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부품을 제작하는 중소기업까지 혜택이 되는 방안을 애플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이통사와 계약서 다시 쓰겠다”

 애플은 이통사에 전가했던 광고ㆍ수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앞으로 이 비용을 함께 분담하기 위한 협의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공정위에 밝혔다. 이통사에 불리한 거래 조건과 경영 간섭 내용을 담은 계약서도 고칠 예정이다. 애플은 또 이통사 외에 중소사업자ㆍ프로그램 개발자ㆍ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할 상생지원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스퀘어에서 시민이 애플의 아이폰SE 2세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서울 광화문에 있는 KT스퀘어에서 시민이 애플의 아이폰SE 2세대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뉴스1

 법적 제재 완전히 피한 것 아냐

 공정위가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했다고 해서 애플이 법적 제재를 완전히 피한 것은 아니다. 우선 애플이 내놓은 시정방안을 토대로 공정위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만든다. 이통사 등의 의견을 반영한 후 시정방안을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과징금 등 법적 제재가 아닌 동의의결 절차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지적에 대해 송상민 국장은 “사업자가 스스로 내놓은 시정방안을 확정하는 요건도 엄격히 적용하겠다”며 “모든 불공정거래 사안이 해소될 때 동의의결 절차도 인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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