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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굿캐스팅’ 묵직한 액션 연기 12㎏ 찌운 보람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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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사동 카페 어퍼웨스트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배우 김지영.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서울 신사동 카페 어퍼웨스트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배우 김지영.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액션 연기는 처음이고 셋 중에 나이가 제일 많아서 폐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동생들이랑 같이 하다 보니 서로 자극도 되고 힘이 됐어요. 사실 제가 맡은 황미순은 사무실에서 영수증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현장 복귀한 거라 현장에서 계속 뛰던 요원들과는 다르죠. 대신 힘 담당이었어요. 화려하거나 멋지진 않아도 한 대 팍 치면 임팩트가 있는 거 있잖아요. 감독님 말씀 따라 12㎏ 찌우느라 힘들었는데 보람 있었죠. 아직 절반 밖에 못빼서 고생하고 있지만, 시즌 2나 영화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현장 복귀한 국정원 전설의 요원 황미순 #“동생들에 폐 끼칠까 걱정했는데 재밌어” #영화 ‘프랑스여자’도 입소문 타고 흥행 #‘극한직업’ ‘엑시트’ 등 성공 연기 2막 열어 #“4년 전 밭 갈아엎는 기분으로 도전 통해”

16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굿캐스팅’에서 한때 국정원 대테러 대응팀을 주름잡았던 블랙 요원 황미순을 연기한 배우 김지영(46)의 말이다. 협상과 설득의 달인으로서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드는 무대포 백찬미(최강희)와 IT 전문이지만 현장은 처음인 햇병아리 임예은(유인영)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준 덕에 색다른 여성 장르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싱글맘·워킹맘 등 각자의 고충까지 더해져 생활밀착형 액션 연기가 빛을 발했다.

“40대는 낀 세대, 위아래로 할 일 많아”

국정원 여성 요원들이 뭉친 드라마 ‘굿캐스팅’에서 호흡알 맞춘 유인영, 김지영, 최강희. [사진 SBS]

국정원 여성 요원들이 뭉친 드라마 ‘굿캐스팅’에서 호흡알 맞춘 유인영, 김지영, 최강희. [사진 SBS]

종영 전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김지영은 첫 회부터 끝까지 시청률 1위를 지킨 비결에 대해 “누구나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근심을 내려놓고 웃을 수 있고,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르물 특성상 산업스파이인 마이클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공감과 연대의 힘이 컸다는 얘기다. 가족들은 그를 보험설계사로 알고, 회사에서는 파견직 청소노동자로 일하지만, 주방 이모부터 승무원까지 언제 어디서든 상황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변장술의 귀재로 활약했다.

1995년 단막극으로 데뷔해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에서 만난 남성진(51)과 2004년 결혼해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둔 그는 “실제 워킹맘이어서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게다가 40대는 이른바 ‘낀 세대’로서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거든요. 위로는 어른들 모시고, 아래로는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다시 제대로 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크죠. 설사 회사에서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해도 때려칠 수도 없고요.”

‘굿캐스팅’에서 산업스파이를 잡기 위해 일광하이텍 청소노동자로 잠입한 모습. [사진 SBS]

‘굿캐스팅’에서 산업스파이를 잡기 위해 일광하이텍 청소노동자로 잠입한 모습. [사진 SBS]

‘굿캐스팅’에서 다양한 분장술과 함께 일본어와 중국어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사진 SBS]

‘굿캐스팅’에서 다양한 분장술과 함께 일본어와 중국어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사진 SBS]

‘모두 다 김치’(2014) ‘위대한 조강지처’(2015) ‘사랑이 오네요’(2016) 이후 4년 동안 드라마 출연을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아침드라마ㆍ주말연속극 등 긴 호흡의 작품에 잇따라 출연하다보니 “어디까지가 연기고, 어디부터가 생활인지 몰라서 어느 순간부터 너무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휴지기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고장난 밭에 계속 뭘 심으면 그 다음은 더 안 좋아질 것 같은 느낌? 공부도 좀 하고 밭도 좀 갈아엎을 때가 왔다 싶었죠. 슬럼프가 왔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거잖아요.”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느낌, 회의감 들어”

배우로서 2막을 위해 껍질을 깨고 나온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고반장 부인으로 특별출연한 영화 ‘극한직업’으로 첫 천만배우 대열에 합류했고, ‘엑시트’에선 조정석과 남다른 남매 케미를 선보이며 940만 관객을 동원했다. 지난 4일 개봉한 다양성 영화 ‘프랑스여자’도 입소문에 힘입어 누적 관객 1만 5000명을 돌파한 상황. 일찍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이나 ‘터치’(2012)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역할의 크고 작음이나 영화의 사이즈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지영. 그는 ’김희정 감독과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프랑스여자’의 김지영. 그는 ’김희정 감독과 꼭 한 번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 선택 기준은 늘 비슷했어요. 작가 혹은 감독이 하는 이야기에 동의하는가, 그 안의 인물이 수긍이 가는가, 혹은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가. 어떤 건 운 좋게도 주연이었고, 어떤 건 특별출연이었던 거죠. 사실 40대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은 늘 많지 않았어요. 자신이 주체가 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걸 하고 싶다면 좀 더 오랜 기다림이 필요할 테고 저는 주인공보다는 제가 원하는 이야기 안에서 연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았으니까 다작을 할 수 있었겠죠.”

그는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프랑스여자’가 지금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거대 상업영화 개봉이 늦춰지면서 문이 열렸다”는 것. “추리소설처럼 앞뒤가 딱딱 맞는 개연성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조그만 화랑에서 우연히 만난 그림 같은 작품”이라며 “한 장면 한 장면 보다보면 어느새 퍼즐처럼 맞춰져 있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만배우 등극? 특별출연이라 민망”

김지영은 ’‘굿캐스팅’은 각각의 인물이 모두 주인공인 드라마라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며 ’시즌 2를 하게 되면 좀 더 전문적인 국정원 요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지영은 ’‘굿캐스팅’은 각각의 인물이 모두 주인공인 드라마라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며 ’시즌 2를 하게 되면 좀 더 전문적인 국정원 요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차기작은 다음 달 10일 첫 방송을 앞둔 JTBC 금토드라마 ‘우아한 친구들’이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죽음으로 일상에 균열이 생긴 20년 지기 친구들과 그 부부들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드라마에 또다시 ‘특별출연’ 한다. “별로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자꾸 특별출연을 하게 되네요(웃음). 올해는 단역이라도 좋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하는 걸 목표로 삼아야 할까봐요. 하하.”

그는 여전히 자신을 ‘복길이’로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20대 때는 복길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억지로 악역도 하고, 세련된 도시 여자 역할도 많이 했지만…. ‘전원일기’ 22년 중 8년을 복길이로 살았는데 겉모습만 달리 꾸민다고 본성이 바뀌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때 발버둥쳤던 게 연기 변신에 촉매제가 돼준 것 같아요. 평생을 연기해도 대표작이 없는 배우도 많은데 여전히 드라마 속 캐릭터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거잖아요. 앞으로도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게 더 열심히 하려고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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