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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환자도 정상 출산 가능

중앙일보

입력

일본 니가타(新潟) 대 의학부가 다음달 에이즈 바이러스(HIV) 에 감염된 30대 남성의 정액에서 바이러스를 완전 제거, 감염되지 않은 정자를 부인의 난자와 체외 수정키로 했다고 언론들이 28일 보도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처치와 에이즈 환자의 체외수정은 일본에서 처음이며, 다른 나라에서 실시된 방법과 다소 다르다.

정액은 에이즈 바이러스 밀도가 특히 높아 질병 확산의 주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번 시술은 가족의 2차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혈우병 환자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오염된 혈액제재를 투여받아 감염된 이른바 ´에이즈 약화´ 사건 피해자 등이 출산을 포기하거나 출산을 강행했다가 2차 감염된 사례가 적지 않아 언론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바이러스 분리=이번에 사용할 방식은 혈액에서 임파구를 제거할 때 사용하는 ´파콜법´ 이란 혈액분리법과 불임치료 기술을 합친 것. 도쿄(東京) 오기쿠보 병원과 게이오(慶應) 대 의학부 등이 공동개발했다.

우선 파콜이라는 분말을 시험관 속 용액에 넣으면 여러 층이 생기면서 밑으로 갈수록 비중이 큰 물질이 모인다.

여기에 정액을 넣으면 비중이 큰 정자는 아래로 가라앉고 작은 바이러스는 위로 몰린다. 다음으로 시험관을 원심분리기에 돌리면 비중이 큰 성분과 작은 성분이 더욱 확실하게 분리된다.

이어 바이러스와 다른 물질이 든 용액 윗부분을 버리고 아랫부분에 모인 정자를 빼내 인공수정하면 된다.

오기쿠보 병원측은 "인공수정보다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체외수정을 하는 것" 이라며 "기술적인 잘못이 없는 한 안전성은 1백%에 가깝다" 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경우 원심분리를 하지 않고 파콜용액을 두 층으로만 나누는 간단한 분리법을 사용, 2천명 이상 희망자에게 체외수정 대신 인공수정을 실시했으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 일본내 희망자=에이즈 약화 피해자를 치료해 온 오기쿠보 병원의 경우 지금까지 30쌍의 부부로부터 출산에 관한 문의를 받았지만 "2차 감염 위험이 있는 만큼 출산을 포기하라" 고 조언해 왔다.

그러나 이들 부부 가운데는 위험을 무릅쓰고 출산하거나 부인이 감염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생성에 보고된 에이즈 감염자 수는 6천9백37명(1천1백96명 사망) 으로 이중 80%가 남성이며,에이즈 약화 피해 남성도 1천8백명(약 50명 사망) 에 이른다.

니가타대 의학부측은 "이번 시술은 생명을 걸고 아기를 낳으려는 여성들에게 안전한 출산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큰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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