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서울과 경기, 전북, 제주 등 서부지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낮 동안 다소 해소된 먼지 농도는 일부 지역에서 밤에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는 17일 “대기정체와 기류 수렴으로 중서부지역에 미세먼지가 축적되면서 17일 오전까지 수도권‧전북‧제주권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강원 영서‧충청권‧광주는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날은 맑은데 바람을 안 만들어… 고기압의 두 얼굴
16일부터 갑자기 쌓인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는 한반도 위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생긴 대기정체 때문이다. 현재 한반도의 동쪽과 서쪽 모두 고기압이 형성돼있어 맑은 날씨를 만들지만, 기압차가 적어 바람이 생기기 어렵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가 고기압의 한가운데에 있는 셈이라 밤에는 거의 바람이 불지 않는다”며 “낮에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가 상하로 순환하고 국지적인 바람이 조금 불지만, 먼지를 해소할 만큼 강한 기류는 생기기 어려운 기압배치”라고 설명했다.
서해상에 작게 생긴 회전성 기류가 수도권 상공에서 미세먼지를 계속 순환시키면서 한 번 들어온 미세먼지가 잘 흩어지지 못한 영향도 있다. 예보센터 관계자는 “작은 소용돌이성 기류가 미세하게 농도를 올렸다”며 “예상보다 길게 지속되면서 수도권에만 나쁨 수준의 대기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예측 못 해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는 16일 새벽부터 쌓이기 시작했지만, 국립환경과학원 미세먼지 통합예보센터는 15일 오후 11시 예보와 16일 오전 5시 예보 모두에서 ‘원활한 대기확산으로 전 권역에서 좋음~보통 수준의 대기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은 16일 오전 3시 종로구 33㎍/㎥, 오전 4시 성북구 36㎍/㎥, 금천구 35㎍/㎥ 등 15일 밤~16일 새벽부터 초미세먼지 농도가 꾸준히 높아졌다. 경기도도 오전 5시에 부천 송내대로는 55㎍/㎥까지 치솟았다. 화성‧파주‧용인‧안양‧수원 등 경기도 전역에서 오전 5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이미 ‘나쁨’ 수준이었다. 인천도 오전 5시에 연수구 동춘 38㎍/㎥, 송도 35㎍/㎥, 청라 36㎍/㎥ 등 ‘나쁨’ 수준을 넘겼다.
밤사이 대기정체로 인해 미세먼지가 축적되면서 오전에 농도가 높아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셈이다. 예보센터 관계자는 “오전 3시까지의 농도를 보고 오전 5시 예보문을 작성하는데, 밤사이 대기정체가 오전 일찍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며 “서해상에서 약하게 도는 기류가 예상보다 길게 미세먼지를 순환시키면서 농도가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 와도 해소 안 돼
고농도 미세먼지는 18일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예보센터 관계자는 “17일 오후 남부지방에 내리는 비의 양이 예상보다 적어, 미세먼지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18일 오전까지는 미세먼지 ‘나쁨’ 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7일 제주도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내리는 비는 18일까지 제주도에 80~150㎜, 남해안 30~80㎜의 많은 비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18일에는 비가 내리는 남부지방은 공기질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부지방은 대기정체를 해소할 만큼 많은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잘 불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보통’~‘나쁨’ 수준의 대기질이 예상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