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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인권 있나" 안통한다···성인 만화에 교복 '아청법' 처벌

중앙일보

입력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사진 유튜브 김냉 채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사진 유튜브 김냉 채널]

“캐릭터에게도 인권이 있나요?”

“피해자는 없는데 가해자만 만들어내는 이상한 법이네요.”

법원이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성인만화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판단하자 일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반발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 이관용)는 아동·청소년 이용음란물 제작·배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가 교복을 입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본 만화를 번역해 온라인에 유포했기 때문이다. A씨는 “만화는 실사물이 아닌 창작물이기 때문에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린 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때문이다. 아청법 2조 5항은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아동ㆍ청소년 성착취물로 규정하고 있다. 사람이 아닌 만화 캐릭터도 ‘표현물’에 해당해 성착취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림까지 보호해야 하나” 반발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변호사들이 직접 설명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구글 캡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해 변호사들이 직접 설명하는 영상이 다수 올라왔다. [구글 캡쳐]

일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은 아청법의 규제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A씨(28)는 “만화 내용이 선정적이라도 캐릭터는 가상의 인물인 만큼 실존하는 피해자가 없지 않냐”고 말했다.

해당 법을 비꼬며 ‘2D 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2D인 그림 캐릭터에도 인권을 부여해 보호해야 하냐는 의미에서 생긴 말이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선 “가상의 아동 음란물이 아동 인권 침해라면, 잔인한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에겐 폭행죄·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5월과 11월 가상의 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 애니메이션도 아동·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이라고 판결하며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아청법 개정안, 소지·시청하면 1년 이상 징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관해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뻑가 캡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관해 설명하는 유튜브 채널. [유튜브 채널 뻑가 캡쳐]

지난 2일부터 시행된 아청법 개정안을 두고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청법 개정안은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구매하거나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ㆍ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성착취물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을 시청했을 경우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커뮤니티엔 “교복 입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잡혀가는지” 등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유튜브에도 변호사가 직접 등장에 아청법에 관해 설명하는 영상도 여럿이다.

“아청법, 경각심 높이기 위해 필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현행 아청법은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송혜미 변호사(법률사무소 오페스)는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이 사람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아동을 연상시킬 수 있고, 이를 보고 누군가 모방범죄를 할 위험성도 있다”며 “한국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법률”이라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미성년자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성착취 대상물로 삼다 보면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갖게 된다”며 “청소년이 주로 착용하는 교복을 성적대상물로 보게 하는 콘텐트 역시 청소년이 성적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 자유가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할 때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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