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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관광객 끊긴 제천의 묘수···‘5만원짜리 관광택시’ 통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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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는 지난달 12일부터 관광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천시]

충북 제천시는 지난달 12일부터 관광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천시]

충북 제천에서 개인택시를 하는 이성호(56)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제천을 찾는 관광객이 대폭 줄면서 허탕 치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씨의 고민을 해결한 건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 ‘관광택시’다.

충북 제천 관광택시 도입 후 77명 탑승 #5만원에 5시간, 8만5000원 8시간 이용 #택시 운전사 "공치는 날 줄었다" 반겨 #승객 원하는 관광지만 골라볼 수 있어

 그는 “관광택시로 지정되면서 손님이 올 때마다 5만원에서 8만5000원까지 정액 요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예약이 확정된 날은 불필요한 운행 없이 손님을 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가 소규모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입한 관광택시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13일 제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부터 개인택시 10대를 지정해 운행 중인 관광택시가 한 달 동안 77명이 이용했다. 관광택시는 5시간에 5만원, 8시간에 8만5000원을 내고 탈 수 있다. 한 대당 최대 탑승 인원은 4명이다.

 이 택시를 탄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관광지를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돌아볼 수 있다. 5시간 운행 기준으로 제천 의림지와 역사박물관, 청풍문화재단지 등 대표 관광지를 돌면 70~80㎞를 운행한다. 제천시는 택시운전사에게 3만원(5시간), 5만5000원(8시간)의 운행 보조금을 지원한다.

충북 제천시 의림지 [중앙포토]

충북 제천시 의림지 [중앙포토]

 관광택시는 코로나19로 단체 관광객이 줄면서 제천시가 꺼내 든 고육지책이다. 제천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1~3월 관광객 수가 188만명에서 135만명으로 53만명이 줄었다.

 정상진 제천시 관광기획팀장은 “주말이면 버스를 타고 제천을 찾던 단체 관광객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며 “2~3명씩 오는 소규모 관광객이 점차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관광택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광택시는 탑승 전 신원을 확인하고, 일행 외에는 타인과 공간을 공유하지 않아 동선 관리가 투명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운전기사와 손님은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 마스크를 챙기지 못한 손님을 위해 여분의 마스크를 택시 안에 비치하도록 했다. 차 안에 손 소독제와 분무 소독제도 놓고 있다. 관광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제천역과 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하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많다.

 정복순 문화관광해설사는 “시티투어버스를 탈 경우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7시간 동안 6곳의 관광지를 도는 코스여서 피로도가 높다”며 “관광택시의 경우 손님들의 취향에 맞게 관광지를 선택할 수 있고, 시간 조절도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관광택시를 타는 관광객들은 택시요금 외에 1만원을 더 내면 청풍호반 케이블카, 청풍문화재단지, 의림지 역사박물관도 이용할 수 있다.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 케이블카. [연합뉴스]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 케이블카. [연합뉴스]

 관광택시에 선정된 운전사 10명은 사업 시행 전 고객 응대 서비스와 관광지 소개 교육을 받았다. 이은상 제천시 개인택시지부장은 “관광택시 기사 모두가 제천을 대표하는 가이드라는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탑승 전 신원 확인과 타인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코로나19 대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시는 관광택시 만족도와 이용률 등을 분석한 뒤 내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천 관광택시는 제천시티투어 홈페이지(http://citytour.jecheon.go.kr)와 제천시 관광협의회(043-647-2121)에서 예약할 수 있다.

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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