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사람 잘 몰라…" 김종인의 '여연원장 철회' 새벽문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지역에서 낙선한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가졌다. 전날엔 원내 중진 및 초선 의원을 만났다. 그러나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번복과 관련,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비판도 이어졌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데이터청 전문가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이날 오찬에는 서울 동북권 지역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했다. 광진을 위원장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중랑갑 위원장 김삼화 전 의원, 노원을 위원장 이동섭 전 의원 등 12명이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 여당은 국민을 과거로 끌고 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에 맞서 경제 문제에 관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본소득 등 최근 이슈가 된 사안에 관해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은 “기본소득 논의는 꼭 필요하며 국민도 공감하고 좋아할 것”이라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김 위원장이 진행 중인 당 개혁 방향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서 비대위에 반영했으면 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해달라고 했고, 이후 당협위원장들이 주로 의견을 냈다”며 “대부분 김 위원장이 제시한 방향을 지지하며, 수도권 지역 선거가 갈수록 어려워지니 대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원외 인사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동시에 비대위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그런 성격의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향한 당내 일각의 비판은 이날도 이어졌다. 여의도연구원장 인선 번복이 비판 대상이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경전 경희대 교수에게 여의도연구원장직을 제안했지만, 이날 오전 철회했다. 총선 기간 논란을 일으킨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해 이 교수가 옹호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나도 사실 그 사람(이 교수)을 잘 모르는데 여러 가지 수소문을 해보니 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만나서 제의했다”며 “잡음이 있는데 당을 대표하는 연구소에 데려오는 게 합당치 않은 거 같아서 새벽에 본인에게 문자로 (제안 철회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증할 시간도 없고 내가 수사 기관도 아니라 검증할 방법도 없다”며 “언론에서 (이 교수 관련해) 보도됐으니까 그걸로 평가해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세훈 전 시장 등 서울 동북부지역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오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문제가 되니 슬그머니 취소할 문제가 아니라 김 위원장의 공식적인 해명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 스스로 총선 기간에 사과하고 제명을 결정했던 세월호 막말을 옹호할 정도의 정무감각과 감수성을 가진 분을 여의도연구원장에 영입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질 않는다”며 “이 사태를 계기로 비대위가 당 운영 전반에 대해 진중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 고등교육 심의를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애플사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밖에 되지 않는데, 이런 초격차를 극복하는 것은 대학 교육의 근본적 변화가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수요자와 공급자,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대한 새로운 설계를 빨리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