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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삐라금지법 추진…정부, 北 압박에 너무 쉽게 굴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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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0.6.9/뉴스1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2020.6.9/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는 10일 정부의 대북전단(삐라) 금지법 추진에 대해 “무엇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정부가 북한의 압박에 너무 쉽게 굴복했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체계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 지사는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탈북민단체를 고발했다. 법인 취소 절차도 밟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전단 살포 단속을 지속하고 입법도 예고했다”며 “통일부는 남북교류협력법과 민법을 근거로 들었지만 전단 살포와 페트병을 남북교류협력법의 물품 반출로 적용한 것은 무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의 예측 가능·소급 금지·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 지사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인 대북전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며 “북한에도 대한민국이 국민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법을 통하지 않고는 정부도 일방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민주공화국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터무니 없는 압박에 굴복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어 “오늘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다. 우리가 37년 전 독재와 맞서 싸운 것은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움 없이 얻은 것은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며 “탈북민은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했다.

원 지사는 “우리가 민주주의와 자유의 가치를 믿는다면 북한의 위협에 쉽게 굴복하면 안 된다”며 “통일부는 고발을 거둬들이고 취소 절차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대북전단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은 ▶국내법 질서를 존중하고 ▶북한의 실질적 평화 정착 노력을 견인하는 것 ▶탈북민을 포함한 국민의 공감대도 얻는 것”이라며 “이런 방향으로 지속가능한 남북관계를 만들어간다면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같은 날 정부는 북한이 최근 대남 강경 기조를 보이며 남북 통신선을 차단하는 이유로 꼽은 2개 탈북자 단체를 고발하고 법인 설립 인가를 취소키로 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금일(10일)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했다”며 “이들 법인의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도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은 탈북자인 박상학과 박정오씨가 각각 대표로 있는 단체로,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단체다.

여 대변인은 “정부는 두 단체가 대북 전단 및 페트병 살포 활동을 통해 남북교류협력법의 반출 승인 규정을 위반했다”며 “남북 정상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해 남북간 긴장을 조성하고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등 공익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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