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금·기본소득?···돈 쓸데 넘치는데 재정적자 57조 최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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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로 나랏돈이 들어가야 하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논의가 정치권에서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정부 재정은 이미 비상이다. 올해 1~4월 누적 재정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출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반해 수입은 오히려 줄면서다. 부진한 기업 실적, 소비 탓에 세금 수입은 계속 감소하면서 ‘나라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세수 부족, 재정 적자 문제를 키웠다.

연도별 통합·관리재정수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연도별 통합·관리재정수지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재정수지, 사상 최악 적자 

9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올해 1~4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3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다. 지난해(25조9000억원)보다 적자가 17조5000억원(67.2%) 급증했다.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까지 더해 나라의 실질적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이 기간 56조6000억원 적자로, 역시 사상 최악이다. 지난해(38조8000억원 적자)보다 적자 폭이 17조7000억원(45.9%) 커졌다. 정부가 전망한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122조2000억원) 절반 이상을 4월에 이미 초과했다.

국세수입 8조7000억원 감소

연도별 1~4월 총수입·총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연도별 1~4월 총수입·총지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나라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큰 폭으로 줄면서 재정에 구멍이 났다. 국세ㆍ세외ㆍ기금 수입을 합한 정부 총수입은 1~4월 16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조4000억원(2.7%) 줄었다. 반면 총지출은 같은 기간 196조7000억에서 209조7000억원으로 13조원(6.6%) 불었다.

총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국세다. 올 1~4월 누적 국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8조7000억원 줄어든 100조7000억원이다. 세수 감소 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5000억원)의 무려 17.4배다. 월별 국세 수입은 2014년 통계 작성 이후 꾸준히 늘다가 지난해 들어 처음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 둘은 소득세와 함께 국세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해 ‘3대 세목(稅目)’으로 불린다. 경기 악화로 법인 실적과 소비가 부진해 법인세ㆍ부가세가 나란히 감소했다. 법인세는 2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24조9000억원)보다 3조2000억원(12.9%) 덜 걷혔다. 지난해(-8조원)에 이어 2년 연속 감소다. 이 기간 부가세 수입도 29조5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11.1%) 줄었다.

최근 5년간 3대 주요 국세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최근 5년간 3대 주요 국세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법인세수 코로나 이전부터 부진

법인세 수입은 보통 전년 기업 실적에 따라 늘고 준다. 이미 지난해 1~4월 법인세수는 전년동기 대비 8조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재작년부터 이미 기업 경기가 나빠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올해 1~4월 법인세수 대부분도 지난해 말 결산한 기업의 납부액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세수 감소가 단순히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보기만은 힘들다.

4월 한 달 법인세 수입은 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2조7000억원)보다 배 이상 뛰긴 했지만, 일시적 현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5월 4일까지가 법인세 분납 기한이었는데 석가탄신일(4월 30일), 근로자의 날(5월 1일), 휴일(5월 2ㆍ3일) 등 연휴로 4월 세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5월에 내야 할 세금을 4월 당겨 내면서 나타난 이례적 현상이란 얘기다. 또 4월 세수가 지난해보다 늘었다 해도 전체 세수 감소 흐름을 되돌릴 정도는 아니었다.

올해 세수, 외환위기 때보다 큰 폭 감소

문제는 앞으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면 올해 전체와 내년 세수 기반이 더욱 약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국세수입이 27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293조5000억원)보다 13조8000억원(4.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차 추경을 편성하며 예측했던 세수(291조2000억원)보다도 11조5000억원 낮다. 2018년(293조6000억원)보다 1000억원 감소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이기도 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2조8000억원(1.7%)의 세수가 감소한 2009년(164조5000억→161조7000억원)과 외환위기로 2조1000억원(3%)의 세수가 감소한 1998년(67조8000억→65조7000억원)의 감소 폭을 크게 웃돈다. 특히 지난해 72조2000억원이었던 법인세수는 58조5000억원으로 13조7000억원(19%)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세목 중 감소 폭이 가장 크다. 부가세는 64조60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70조8000억원)보다 6조2000억원(8.8%) 줄어들 전망이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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