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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화상병 번지는 충북 과수원 “보상금 반토막” 매몰 보이콧

중앙일보

입력

충주 농민 "혜택 줄어든 보상 기준 인정못해" 

지난 26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 과수농가에서 사과나무를 땅에 묻고 있다. [사진 충주시]

지난 26일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 과수농가에서 사과나무를 땅에 묻고 있다. [사진 충주시]

“나무 한 그루당 보상비가 7만원씩 깎였습니다.”
충북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장모(63)씨는 지난달 27일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식물방역법에 따라 오는 6일까지 농장 사과나무 450그루를 모두 매몰해야 하지만, 장씨는 그럴 생각이 없다. 보상금이 3000만원 이상 깎였기 때문이다.

충북 과수화상병 121곳 확산, 매몰은 10곳뿐 #보상 기준 변경…농가 "그루당 7만원씩 줄어" #"보상금 현실화 하라" 충주 비대위 매몰 거부 #농진청 "보상금 세분화해 형평성 맞춘 것"

 장씨는 “올해 과수화상병 보상 단가는 농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기준으로 1억500만원을 받던 보상금이 73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사과 농사로 다시 일어서려면 적어도 9년이 걸리는데 정부가 실정을 너무 모른다는 게 장씨의 생각이다.

 충북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지만, 매몰작업은 과수 농가의 반발로 지지부진하다. 충북도에 따르면 충주시와 제천, 음성 지역 121개 농가가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주일 전 34곳에서 3배로 늘어난 규모다. 매몰을 완료한 농가는 10곳에 불과하다. 피해가 가장 큰 충주 산척·소태·앙성면 농가가 보상 단가에 반발해 매몰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이들 농민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보상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정부는 매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농가는 보상가가 낮다며 매몰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 충주시]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 정부는 매몰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농가는 보상가가 낮다며 매몰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 충주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수화상병 보상가는 밀식재배(10a당 126주 이상), 반밀식 재배(10a당 65~125주), 일반재배(10a당 65주 이하) 등 3가지 방식으로 지급됐다. 사과나무 10년생 기준으로 밀식재배는 한 그루 당 보상가가 13만원이고, 반밀식(23만6000원), 일반(46만8000원) 순으로 가격이 높아진다.

 올해는 보상 단가를 14개로 세분화했다. 10a당 심은 사과나무 수(37그루∼150그루)를 기준으로 단가가 책정된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반밀식 재배 보상액(10년생 기준 23만6000원)이 최대 30만9600원(65주)~최소 16만6800원(125그루)으로 나뉜 점이다. 최소 금액이 7만원 정도 깎였다.

보상가 7000만원 줄기도…농장 복구에 9년 걸려

 농민 이모(58)씨는 “충주지역 사과농가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권고한 반밀식 기준(125그루)으로 나무를 심은 농가가 70~80%에 이른다”며 “많은 농가가 지난해보다 보상비를 덜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3년 동안 사과나무를 심을 수 없고, 과실을 맺으려면 최소 6~7년이 더 걸린다”며 “지난해 보상금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는데 올해는 혜택을 받는 농가가 더 줄어들게 생겼다”고 말했다.

 충주 비대위는 사과 농장 3000평(1㏊)으로 규모를 확대할 경우 보상 단가가 2억7200만원에서 올해 2억800만원으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비대위 측은 “나무를 매몰하는 데 드는 비용도 지난해 1㏊당 5825만원이었으나 올해는 실비 지급으로 바뀌어 1120만원으로 많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충주농업기술센터가 확진 농가 33곳을 조사한 결과 25곳은 지난해보다 보상가가 낮게 나왔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농가에서 26일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전기톱으로 사과나무를 자르고 있다. [사진 충주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농가에서 26일 산림조합 관계자들이 전기톱으로 사과나무를 자르고 있다. [사진 충주시]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지난해 그룹별 지급방식은 나무 한 그루당 차이로 인해 그루당 20만원씩 차이가 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며 “보상금을 세분화하면 농가별 형평성을 맞출 수 있고, 바뀐 기준이 오히려 이득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식물방역법상 확진 판정이 나와 도지사가 긴급 방제 명령을 내리면 10일 안에 매몰 처리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충주 비대위는 4일 오후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을 만나 보상가 현실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충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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