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비제조업 할 것 없이 모두 부진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3분의 1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도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3일 ‘2019년 기업경영분석(속보)’을 발표했다. 한은이 외부감사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5874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해 성적표다. 가장 충격적인 건 성장세 둔화다. 2017년 9.9%를 기록했던 매출액 증가율은 2018년 4.2%로 반 토막이 났다. 지난해엔 아예 -1.0%로 고꾸라졌다. 1년 동안 기업을 굴렸는데 덩치가 커지긴커녕 쪼그라든 셈이다.
현금흐름 좋아졌다? 투자 줄여서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018년 4.5%에서 지난해 -2.3%로 급락했다. 자동차와 조선이 상승했지만,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큰 폭 하락했다. 비제조업도 건설업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3.8%에서 0.8%로 하락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4.3%→-1.5%) 하락 폭이 중소기업(3.9%→1.5%)보다 상대적으로 컸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강타한 수출 부진의 여파다.
수익성도 나빴다. 2019년 이들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4.7%였다. 전년보다 2.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장사도 안 되는데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의미다. 한은 관계자는 “세부적으로 매출 원가와 판매관리비 비중이 상승해 이익률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업종별로 제조업(8.3%→4.6%)은 전기‧영상‧통신장비, 비제조업(5.1%→4.8%)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이익률이 낮아졌다.
나빠진 수익성은 다른 지표로도 살펴볼 수 있다. 이자보상비율이 2018년 593.3%에서 지난해 360.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이자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보는 지표다. 이게 낮아진다는 건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전체의 34.1%는 이자보상비율이 100%에도 못 미쳤다. 2013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다. 기업 중 3분의 1 이상이 돈을 벌어 이자도 채 갚지 못한다는 얘기다.
실적이 좋지 않으니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일단 부채비율이 2018년 93.1%에서 지난해 95.4%로 상승했다. 제조업(63.6%→63.7%)과 비제조업(142.7%→147.8%) 모두 올랐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소폭 상승했다. 순현금흐름(전체 기업 평균)은 2018년 순유출에서 지난해 3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벌이도 줄었지만, 투자를 더 줄였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